남녀 간 성염색체ㆍDNA 정보 달라
차이를 인정한 사회적 평등이 중요
-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우리 사회의 성 격차가 세계 115개국 가운데 92위로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는 중등교육과 건강부문에서는 세계 1위지만, 출생 성비와 임금 평등 부문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까지 두고 있는 우리에게는 몹시 부끄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남녀평등은 조금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문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남녀평등의 진정한 의미와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독차지하던 직종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만으로는 남녀평등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특히 출생 성비의 불균형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의 핵에는 모두 23쌍의 염색체가 들어있다. 모든 염색체는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 중에서 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염색체들로 이뤄진 22쌍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이지만, `성염색체'라고 부르는 마지막 한 쌍은 사정이 다르다.
여성의 경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한 쌍의 `X' 염색체를 물려받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아버지로부터 크기가 3분의 1에 불과한 `Y' 염색체를 물려받는다. 본래 `X'는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뜻이었고, `Y'는 `X'의 짝이라는 뜻이었다. X와 Y 염색체는 크기와 모양이 크게 다르지만 2~3억년 전에 같은 염색체로부터 분화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성이 Y 염색체에 들어있던 유전정보를 완전히 포기해 버렸을 뿐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생명과학 덕분에 이제 그런 성염색체의 정체와 기능이 밝혀지고 있다. 우선 X 염색체는 1098개의 유전자를 담고 있지만, 크기가 작은 Y 염색체는 78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남성의 특징을 만들어주는 `S교 유전자'를 제외하면 Y 염색체에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없다. 캥거루처럼 Y 염색체에 S교 유전자만 포함된 경우도 있다. 결국 Y 염색체의 역할은 태아의 성장과정에서 미분화된 생식 샘을 고환으로 자라도록 만들어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끝나 버리는 셈이다.
여성은 보통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두 벌의 X 염색체 중에서 하나를 이용해서 일생을 살아간다. 한 벌의 X 염색체는 기능이 정지된 `바소체'로 남아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된다. 남성이 혈우병이나 근이영양증과 같은 질병에 잘 걸리는 것은 남성의 Y 염색체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여분의 X 염색체처럼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벌의 염색체 중 하나가 적절하게 비활성화 되지 못하면 서로 다른 유전정보가 심각하게 충돌을 하게 된다. 할머니들이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에 잘 걸리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남녀의 차이는 성염색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미토콘드리아에도 유전정보가 담긴 DNA가 들어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온전하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다. 수정 과정에서 정자에 들어있던 미토콘드리아가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진화를 통해 암수가 생겨난 이유와 수컷이 많은 유전정보를 포기해 버린 이유는 영원히 밝혀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녀의 차이가 유전자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런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남녀평등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차이를 인정한 사회적 평등이 중요
-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우리 사회의 성 격차가 세계 115개국 가운데 92위로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는 중등교육과 건강부문에서는 세계 1위지만, 출생 성비와 임금 평등 부문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까지 두고 있는 우리에게는 몹시 부끄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남녀평등은 조금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문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남녀평등의 진정한 의미와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독차지하던 직종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만으로는 남녀평등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특히 출생 성비의 불균형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의 핵에는 모두 23쌍의 염색체가 들어있다. 모든 염색체는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 중에서 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염색체들로 이뤄진 22쌍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이지만, `성염색체'라고 부르는 마지막 한 쌍은 사정이 다르다.
여성의 경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한 쌍의 `X' 염색체를 물려받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아버지로부터 크기가 3분의 1에 불과한 `Y' 염색체를 물려받는다. 본래 `X'는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뜻이었고, `Y'는 `X'의 짝이라는 뜻이었다. X와 Y 염색체는 크기와 모양이 크게 다르지만 2~3억년 전에 같은 염색체로부터 분화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성이 Y 염색체에 들어있던 유전정보를 완전히 포기해 버렸을 뿐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생명과학 덕분에 이제 그런 성염색체의 정체와 기능이 밝혀지고 있다. 우선 X 염색체는 1098개의 유전자를 담고 있지만, 크기가 작은 Y 염색체는 78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남성의 특징을 만들어주는 `S교 유전자'를 제외하면 Y 염색체에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없다. 캥거루처럼 Y 염색체에 S교 유전자만 포함된 경우도 있다. 결국 Y 염색체의 역할은 태아의 성장과정에서 미분화된 생식 샘을 고환으로 자라도록 만들어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끝나 버리는 셈이다.
여성은 보통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두 벌의 X 염색체 중에서 하나를 이용해서 일생을 살아간다. 한 벌의 X 염색체는 기능이 정지된 `바소체'로 남아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된다. 남성이 혈우병이나 근이영양증과 같은 질병에 잘 걸리는 것은 남성의 Y 염색체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여분의 X 염색체처럼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벌의 염색체 중 하나가 적절하게 비활성화 되지 못하면 서로 다른 유전정보가 심각하게 충돌을 하게 된다. 할머니들이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에 잘 걸리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남녀의 차이는 성염색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미토콘드리아에도 유전정보가 담긴 DNA가 들어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온전하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다. 수정 과정에서 정자에 들어있던 미토콘드리아가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진화를 통해 암수가 생겨난 이유와 수컷이 많은 유전정보를 포기해 버린 이유는 영원히 밝혀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녀의 차이가 유전자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런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남녀평등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