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흡수해서 푸른색 형광 방출
'누렇게 찌든옷을 흰색처럼' 눈속임
식당에서 쓰는 물수건과 식품 포장지에서 많은 양의 형광증백제가 발견됐다고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가정용 행주에서도 형광증백제가 발견됐다고 한다. 방송 보도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자외선 램프 밑에 놓인 행주에서 차가운 푸른빛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땀과 먼지에 찌는 옷은 누런 색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더러워진 옷을 삶고, 두들기거나 밟아서 빠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풀이나 나무를 태운 재에서 녹아 나온 수산화 포타슘이 들어있는 잿물을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정이 나아진 것은 18세기부터였다. 양잿물, 세탁소다, 비누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빨래가 훨씬 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유 자체가 변색되거나, 때와 먼지가 너무 단단하게 달라붙어 버리면 어쩔 수가 없었다. 강한 햇볕에 빨래를 널어놓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누렇게 변색된 옷을 화학적으로 되살려주는 것이 바로 표백제다. 1774년에 스웨덴의 셸레가 발견한 염소가 표백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염소가 색을 내는 분자들을 파괴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성이 강한 염소를 직접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석회를 염소와 반응시켜서 만든 하이포염소산을 물에 녹여서 썼다. 프랑스의 자벨수가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과산화수소를 이용하는 `산소' 표백제도 있다.
19세기 말이 되면서 우리 눈을 속이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푸른색에 더 민감한 우리 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누렇게 찌든 옷에 푸른색 염료로 만든 청분(靑紛)을 조금 넣어서 빨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보인다. 사실은 옷에 묻었던 때가 빠진 것이 아니라 옅은 푸른색 때문에 우리 눈이 누런 색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윌리엄 에링톤이 발명한 비법(秘法)이었다.
형광증백제도 비슷한 속임수를 쓴다. 푸른색 염료 대신 형광등 불빛이나 태양 빛에 조금씩 들어있는 자외선을 이용한다. 형광증백제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옅은 푸른색의 형광(螢光)으로 바꾸어서 방출하는 물질이다. 요즘 많이 쓰는 형광 펜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다. 결국 형광증백제가 내는 푸른색의 형광이 청분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누렇게 찌든 옷은 그대로이지만 우리 눈이 깨끗한 흰색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얀 셔츠를 보고 푸른색이 돈다고 느끼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외선이 강해지면 형광증백제가 내는 푸른 형광도 더 강해진다. 형광증백제가 많아져도 형광의 세기가 더 강해진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그런 형광증백제의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요즘 사용하는 세제에는 어김없이 상당한 양의 형광증백제가 들어있다. 형광증백제는 주로 스틸벤, 쿠마린, 파라졸린처럼 낯선 이름을 가지고 있는 유기(有機) 물질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생태계에서도 발견되는 물질이다. 물론 요즘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대량 생산한 덕분에 누구나 값싸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종이를 희게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형광중백제의 성분이 특별히 강한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굳이 먹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식품이나 피부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가 없다.
아직도 형광증백제가 발암물질이라는 확실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보다는 확실한 과학상식을 근거로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몸에 좋기만 한 것은 없다. 혜택과 위험을 적절하게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누렇게 찌든옷을 흰색처럼' 눈속임
식당에서 쓰는 물수건과 식품 포장지에서 많은 양의 형광증백제가 발견됐다고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가정용 행주에서도 형광증백제가 발견됐다고 한다. 방송 보도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자외선 램프 밑에 놓인 행주에서 차가운 푸른빛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땀과 먼지에 찌는 옷은 누런 색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더러워진 옷을 삶고, 두들기거나 밟아서 빠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풀이나 나무를 태운 재에서 녹아 나온 수산화 포타슘이 들어있는 잿물을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정이 나아진 것은 18세기부터였다. 양잿물, 세탁소다, 비누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빨래가 훨씬 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유 자체가 변색되거나, 때와 먼지가 너무 단단하게 달라붙어 버리면 어쩔 수가 없었다. 강한 햇볕에 빨래를 널어놓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누렇게 변색된 옷을 화학적으로 되살려주는 것이 바로 표백제다. 1774년에 스웨덴의 셸레가 발견한 염소가 표백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염소가 색을 내는 분자들을 파괴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성이 강한 염소를 직접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석회를 염소와 반응시켜서 만든 하이포염소산을 물에 녹여서 썼다. 프랑스의 자벨수가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과산화수소를 이용하는 `산소' 표백제도 있다.
19세기 말이 되면서 우리 눈을 속이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푸른색에 더 민감한 우리 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누렇게 찌든 옷에 푸른색 염료로 만든 청분(靑紛)을 조금 넣어서 빨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보인다. 사실은 옷에 묻었던 때가 빠진 것이 아니라 옅은 푸른색 때문에 우리 눈이 누런 색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윌리엄 에링톤이 발명한 비법(秘法)이었다.
형광증백제도 비슷한 속임수를 쓴다. 푸른색 염료 대신 형광등 불빛이나 태양 빛에 조금씩 들어있는 자외선을 이용한다. 형광증백제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옅은 푸른색의 형광(螢光)으로 바꾸어서 방출하는 물질이다. 요즘 많이 쓰는 형광 펜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다. 결국 형광증백제가 내는 푸른색의 형광이 청분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누렇게 찌든 옷은 그대로이지만 우리 눈이 깨끗한 흰색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얀 셔츠를 보고 푸른색이 돈다고 느끼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외선이 강해지면 형광증백제가 내는 푸른 형광도 더 강해진다. 형광증백제가 많아져도 형광의 세기가 더 강해진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그런 형광증백제의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요즘 사용하는 세제에는 어김없이 상당한 양의 형광증백제가 들어있다. 형광증백제는 주로 스틸벤, 쿠마린, 파라졸린처럼 낯선 이름을 가지고 있는 유기(有機) 물질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생태계에서도 발견되는 물질이다. 물론 요즘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대량 생산한 덕분에 누구나 값싸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종이를 희게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형광중백제의 성분이 특별히 강한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굳이 먹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식품이나 피부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가 없다.
아직도 형광증백제가 발암물질이라는 확실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보다는 확실한 과학상식을 근거로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몸에 좋기만 한 것은 없다. 혜택과 위험을 적절하게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