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 휘발유 '촉매전환장치' 등
고체 표면의 변화 유용한 활용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1960년대부터 표면화학 분야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공로로 독일의 게하르트 에르틀에게 돌아갔다.
에르틀은 철 표면에서 질소와 수소와 결합해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백금 표면에서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그의 연구는 고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변화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고체는 원자들이 단단하게 얽혀있어서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고체에는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이 있기 마련이다. 표면은 유리처럼 매끄럽기도 하고, 나무껍질처럼 거칠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표면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멋들어진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표면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고체의 유용성과 아름다움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 고체 표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학에서 표면은 천덕꾸러기였다. 표면은 속과는 다른 것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서도 `표면적(表面的)'이라는 말은 `마음속에 무엇인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숨겨둔 겉치레'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표면에 노출된 원자의 수는 내부에 숨겨진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적다. 그 수가 워낙 적어서 화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표면에 노출된 원자를 관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표면을 외면했던 중요한 이유였다.
그렇다고 표면이 정말 쓸모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체의 표면이 화학 변환의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촉매(觸媒)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운 가루로 만든 금속의 표면을 이용하면 불포화 유기화합물에 수소를 쉽게 첨가할 수 있다. 1912년에는 프랑스의 사바티에가 그런 사실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표면이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1918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그런 일을 했다. 두 화학자는 공기 중의 질소와 물을 분해해서 얻은 수소를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시켜 화학비료와 폭약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깨끗하게 준비한 철의 표면을 촉매로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오늘날 인구가 6배나 늘어났는데도 먹거리가 지천으로 넘쳐나게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하버-보슈 암모니아 합성법 덕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에르틀의 연구가 우리의 생활과 환경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무연(無鉛)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촉매전환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휘발유의 불완전 연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산화탄소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에르틀은 뜨겁게 달군 백금 표면 위로 일산화탄소와 산소를 흘려보내면 순식간에 인체에 큰 해를 미치지 않는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배기가스에는 산소가 없다. 그래서 역시 표면을 이용해서 질소산화물을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소를 쓴다. 촉매전환장치 덕분에 납 대신 MTBE(가솔린첨가제)를 넣은 무연 휘발유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대도시의 대기 환경을 크게 개선시킨 것이다.
에르틀은 표면에 붙어있는 분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실험 기술들을 개발해서 고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연구방법을 정립했다. 표면에서의 반응에 대한 정보는 공정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에르틀의 연구는 명백한 기초과학이다. 기초과학의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물론 기초과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연과 우주의 신비를 밝혀준다는 것이다.
고체 표면의 변화 유용한 활용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1960년대부터 표면화학 분야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공로로 독일의 게하르트 에르틀에게 돌아갔다.
에르틀은 철 표면에서 질소와 수소와 결합해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백금 표면에서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그의 연구는 고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변화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고체는 원자들이 단단하게 얽혀있어서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고체에는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이 있기 마련이다. 표면은 유리처럼 매끄럽기도 하고, 나무껍질처럼 거칠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표면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멋들어진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표면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고체의 유용성과 아름다움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 고체 표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학에서 표면은 천덕꾸러기였다. 표면은 속과는 다른 것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서도 `표면적(表面的)'이라는 말은 `마음속에 무엇인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숨겨둔 겉치레'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표면에 노출된 원자의 수는 내부에 숨겨진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적다. 그 수가 워낙 적어서 화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표면에 노출된 원자를 관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표면을 외면했던 중요한 이유였다.
그렇다고 표면이 정말 쓸모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체의 표면이 화학 변환의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촉매(觸媒)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운 가루로 만든 금속의 표면을 이용하면 불포화 유기화합물에 수소를 쉽게 첨가할 수 있다. 1912년에는 프랑스의 사바티에가 그런 사실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표면이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1918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그런 일을 했다. 두 화학자는 공기 중의 질소와 물을 분해해서 얻은 수소를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시켜 화학비료와 폭약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깨끗하게 준비한 철의 표면을 촉매로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오늘날 인구가 6배나 늘어났는데도 먹거리가 지천으로 넘쳐나게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하버-보슈 암모니아 합성법 덕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에르틀의 연구가 우리의 생활과 환경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무연(無鉛)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촉매전환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휘발유의 불완전 연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산화탄소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에르틀은 뜨겁게 달군 백금 표면 위로 일산화탄소와 산소를 흘려보내면 순식간에 인체에 큰 해를 미치지 않는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배기가스에는 산소가 없다. 그래서 역시 표면을 이용해서 질소산화물을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소를 쓴다. 촉매전환장치 덕분에 납 대신 MTBE(가솔린첨가제)를 넣은 무연 휘발유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대도시의 대기 환경을 크게 개선시킨 것이다.
에르틀은 표면에 붙어있는 분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실험 기술들을 개발해서 고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연구방법을 정립했다. 표면에서의 반응에 대한 정보는 공정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에르틀의 연구는 명백한 기초과학이다. 기초과학의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물론 기초과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연과 우주의 신비를 밝혀준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