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도 넘는 플라스마 보관 문제
자기장 이용해 공중에 띄워 해결
작년 여름 우리 과학자들이 순수 우리 기술로 10년 넘게 걸려 완공한 거대한 연구용 실험 장치가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초전도 핵융합로'(KSTAR)가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초전도 자석 기술을 이용해 핵융합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그 덕분에 우리도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런 핵융합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내부 온도가 1억 도가 넘는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그렇게 뜨거운 물질을 담아둘 그릇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그릇은 그렇게 뜨거운 온도를 견뎌내지 못한다. 우주왕복선에 사용하는 단열재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히 녹아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원자 수준으로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그렇다고 그렇게 뜨거운 물질을 모아두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상식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적도 만들어낸다. 다만 누구나 노력하면 그 원리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신이나 마술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모든 그릇을 녹여버릴 정도로 뜨거운 `플라스마'를 어떻게 모아둘 수 있을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문제다. 답은 간단하다. 그릇에 담아두지 않으면 된다. 플라스마를 그릇에 닿지 않도록 공중에 띄워두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을 공중에 띄워둘 수는 없다. 물과 같은 액체는 반드시 그릇에 담아둬야 하고, 쇳덩어리와 같은 고체도 받침대로 받쳐두거나 줄에 매달아야만 한다. 그런데 플라스마처럼 전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경우에는 자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 도넛 모양의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플라스마를 회전시키면 흩어지지 않고 무한정 공중에 띄워둘 수가 있다. 1950년대에 러시아의 유명한 반체제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고안해낸 `토카막'이라는 장치가 바로 그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전하를 가진 입자에 자기장이 작용하면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게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이 그 원리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에서도 사용하는 정말 평범한 것이다. 우리의 KSTAR도 그런 토카막이다. 다만 액체 헬륨으로 냉각시킨 초전도 전자석을 이용해 전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다를 뿐이다.
KSTAR에 들어있는 플라스마의 온도가 1억도에 이른다는 것은 플라스마 이온들이 그만큼 빨리 움직인다는 뜻이다. 헬륨 이온들이 평균 초속 3000㎞ 이상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헬륨 이온과 충돌해서 견뎌낼 수 있는 온도계도 없다. 일반적인 온도계는 순식간에 녹아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플라스마가 방출하는 빛의 특성을 확인하면 온도를 알아낼 수 있다. 플라스마의 `색깔'에서 온도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만 알고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쇠를 달구면 처음에는 붉게 달아오르다가 노랗게 변하고 결국에는 푸르스름한 흰색이 된다. 달궈진 쇠의 온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시뻘건 용광로의 온도도 색깔을 보고 짐작을 한다. 19세기 말에 양자론을 정립시켜 주었던 `흑체복사'가 바로 그 원리다.
과연 우리가 핵융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 선무당의 어설픈 상식으로 과학자의 원대한 꿈을 깨뜨려서는 안된다.
자기장 이용해 공중에 띄워 해결
작년 여름 우리 과학자들이 순수 우리 기술로 10년 넘게 걸려 완공한 거대한 연구용 실험 장치가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초전도 핵융합로'(KSTAR)가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초전도 자석 기술을 이용해 핵융합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그 덕분에 우리도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런 핵융합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내부 온도가 1억 도가 넘는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그렇게 뜨거운 물질을 담아둘 그릇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그릇은 그렇게 뜨거운 온도를 견뎌내지 못한다. 우주왕복선에 사용하는 단열재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히 녹아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원자 수준으로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그렇다고 그렇게 뜨거운 물질을 모아두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상식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적도 만들어낸다. 다만 누구나 노력하면 그 원리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신이나 마술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모든 그릇을 녹여버릴 정도로 뜨거운 `플라스마'를 어떻게 모아둘 수 있을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문제다. 답은 간단하다. 그릇에 담아두지 않으면 된다. 플라스마를 그릇에 닿지 않도록 공중에 띄워두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을 공중에 띄워둘 수는 없다. 물과 같은 액체는 반드시 그릇에 담아둬야 하고, 쇳덩어리와 같은 고체도 받침대로 받쳐두거나 줄에 매달아야만 한다. 그런데 플라스마처럼 전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경우에는 자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 도넛 모양의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플라스마를 회전시키면 흩어지지 않고 무한정 공중에 띄워둘 수가 있다. 1950년대에 러시아의 유명한 반체제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고안해낸 `토카막'이라는 장치가 바로 그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전하를 가진 입자에 자기장이 작용하면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게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이 그 원리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에서도 사용하는 정말 평범한 것이다. 우리의 KSTAR도 그런 토카막이다. 다만 액체 헬륨으로 냉각시킨 초전도 전자석을 이용해 전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다를 뿐이다.
KSTAR에 들어있는 플라스마의 온도가 1억도에 이른다는 것은 플라스마 이온들이 그만큼 빨리 움직인다는 뜻이다. 헬륨 이온들이 평균 초속 3000㎞ 이상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헬륨 이온과 충돌해서 견뎌낼 수 있는 온도계도 없다. 일반적인 온도계는 순식간에 녹아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플라스마가 방출하는 빛의 특성을 확인하면 온도를 알아낼 수 있다. 플라스마의 `색깔'에서 온도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만 알고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쇠를 달구면 처음에는 붉게 달아오르다가 노랗게 변하고 결국에는 푸르스름한 흰색이 된다. 달궈진 쇠의 온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시뻘건 용광로의 온도도 색깔을 보고 짐작을 한다. 19세기 말에 양자론을 정립시켜 주었던 `흑체복사'가 바로 그 원리다.
과연 우리가 핵융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 선무당의 어설픈 상식으로 과학자의 원대한 꿈을 깨뜨려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