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놀, 핏자국에 푸른색형광 반응
DNA 찾아 유전자 검사'첨단 과학'
천진난만한 두 소녀가 처참하게 희생되는 참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정신이 나간 사람의 짓이라고 해도 쉽게 용납하기 어렵다. 코앞에 있던 범인을 곧바로 찾아내지 못했던 경찰이 원망스럽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다. 누굴 탓한다고 우리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사회가 더 밝고, 맑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했던 이번 사건을 해결해 준 것은 희미하게 남아있던 핏자국이었다. 자동차 트렁크와 욕실에 남아있던 핏자국에서 밝혀낸 과학적 증거 앞에서는 낯 두꺼운 용의자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로 씻어냈던 목욕탕 타일에 남아있던 작은 흔적에서도 놀라운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오늘날 과학수사의 수준이다.
사람의 피는 시간이 지나면 말라 붙어버린다. 끈적거리는 피가 말라붙은 흔적을 찾아내는 일도 어렵지만, 그것이 과연 사람의 핏자국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핏자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희미한 흔적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내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핏자국에 닿으면 푸른색 형광(螢光)을 내는 `루미놀'과 첨단 유전공학 기술을 동원한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첨단 과학수사 기법이 없었더라면 정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과학이 사회 정의에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루미놀은 산소와 화학반응을 하면 푸른색의 빛을 내는 `화학발광'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이다. 루미놀이 내는 빛은 정말 특별하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공동묘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광(夜光)처럼 차갑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루미놀이 빛을 내는 방식이 보통 뜨거운 물체가 빛을 내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빛을 내는 물체는 뜨겁기 마련이다. 시뻘건 숯불이나 장작불도 그렇고,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도 마찬가지다. 물체가 뜨겁게 달아오르면 `흑체복사'(黑體輻射)라는 전자기파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물체의 온도가 수백 ℃에 이르게 되면 많은 양의 적외선과 함께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방출된다. 흑체복사의 색깔에서 물체의 온도를 알 수도 있다.
화학발광은 경우가 다르다. 화학발광은 루미놀과 같은 분자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루미놀보다 훨씬 안정한 분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방출되는 빛이다. 본래 루미놀의 전자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중에서 남은 에너지가 특별한 색깔의 가시광선으로 방출된다. 그래서 루미놀은 빛을 내면서도 흑체처럼 뜨겁지 않다. 루미놀에서 나오는 빛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루미놀을 이용해서 핏자국을 찾아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루미놀을 과산화수소를 넣은 염기성 용액에 녹여야 한다. 그런 용액에 들어있는 과산화수소를 산소와 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넣어주면 화학발광이 시작된다. 적혈구에 들어있는 헤모글로빈이 그런 역할을 한다. 헤모글로빈의 단백질 속에 깊이 숨겨져 있던 철 이온이 루미놀을 빛나게 만든다.
그런 루미놀이 혈액에 들어있는 DNA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루미놀로 시험한 핏자국으로 희생자의 신분을 알아내는 유전자 검사를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소득인 셈이다.
루미놀은 야간 음악회나 나이트클럽에서 쓰는 푸른색 `야광봉'(夜光奉)에도 사용한다. 물론 사람의 피 대신 다른 촉매를 써서 빛을 낸다. 촛불보다 훨씬 안전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물론 화학 변환에 의해 빛이 방출되는 화학발광은 흡수했던 빛 에너지가 시간이 지난 후에 방출되는 인광(燐光)과는 다르지만, 굳이 그런 차이를 구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DNA 찾아 유전자 검사'첨단 과학'
천진난만한 두 소녀가 처참하게 희생되는 참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정신이 나간 사람의 짓이라고 해도 쉽게 용납하기 어렵다. 코앞에 있던 범인을 곧바로 찾아내지 못했던 경찰이 원망스럽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다. 누굴 탓한다고 우리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사회가 더 밝고, 맑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했던 이번 사건을 해결해 준 것은 희미하게 남아있던 핏자국이었다. 자동차 트렁크와 욕실에 남아있던 핏자국에서 밝혀낸 과학적 증거 앞에서는 낯 두꺼운 용의자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로 씻어냈던 목욕탕 타일에 남아있던 작은 흔적에서도 놀라운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오늘날 과학수사의 수준이다.
사람의 피는 시간이 지나면 말라 붙어버린다. 끈적거리는 피가 말라붙은 흔적을 찾아내는 일도 어렵지만, 그것이 과연 사람의 핏자국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핏자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희미한 흔적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내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핏자국에 닿으면 푸른색 형광(螢光)을 내는 `루미놀'과 첨단 유전공학 기술을 동원한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첨단 과학수사 기법이 없었더라면 정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과학이 사회 정의에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루미놀은 산소와 화학반응을 하면 푸른색의 빛을 내는 `화학발광'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이다. 루미놀이 내는 빛은 정말 특별하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공동묘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광(夜光)처럼 차갑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루미놀이 빛을 내는 방식이 보통 뜨거운 물체가 빛을 내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빛을 내는 물체는 뜨겁기 마련이다. 시뻘건 숯불이나 장작불도 그렇고,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도 마찬가지다. 물체가 뜨겁게 달아오르면 `흑체복사'(黑體輻射)라는 전자기파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물체의 온도가 수백 ℃에 이르게 되면 많은 양의 적외선과 함께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방출된다. 흑체복사의 색깔에서 물체의 온도를 알 수도 있다.
화학발광은 경우가 다르다. 화학발광은 루미놀과 같은 분자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루미놀보다 훨씬 안정한 분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방출되는 빛이다. 본래 루미놀의 전자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중에서 남은 에너지가 특별한 색깔의 가시광선으로 방출된다. 그래서 루미놀은 빛을 내면서도 흑체처럼 뜨겁지 않다. 루미놀에서 나오는 빛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루미놀을 이용해서 핏자국을 찾아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루미놀을 과산화수소를 넣은 염기성 용액에 녹여야 한다. 그런 용액에 들어있는 과산화수소를 산소와 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넣어주면 화학발광이 시작된다. 적혈구에 들어있는 헤모글로빈이 그런 역할을 한다. 헤모글로빈의 단백질 속에 깊이 숨겨져 있던 철 이온이 루미놀을 빛나게 만든다.
그런 루미놀이 혈액에 들어있는 DNA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루미놀로 시험한 핏자국으로 희생자의 신분을 알아내는 유전자 검사를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소득인 셈이다.
루미놀은 야간 음악회나 나이트클럽에서 쓰는 푸른색 `야광봉'(夜光奉)에도 사용한다. 물론 사람의 피 대신 다른 촉매를 써서 빛을 낸다. 촛불보다 훨씬 안전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물론 화학 변환에 의해 빛이 방출되는 화학발광은 흡수했던 빛 에너지가 시간이 지난 후에 방출되는 인광(燐光)과는 다르지만, 굳이 그런 차이를 구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