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단백질 '프리온' 확산 경로
'OIE 기준 강화' 냉정한 판단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시작된 논란이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부 협상단이 동물성 사료에 대한 미국의 정책 자료를 잘못 이해했던 사실까지 확인돼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영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공직자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논란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동물성 사료'이다. 물론 동물성 사료는 죽은 동물의 사체(死體)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사람이 잘 먹지 않는 뼈와 내장 또는 품질이 낮은 살코기를 건초나 곡물과 함께 분쇄해서 만든 것이다.
동물성 사료는 사육하는 소가 늘어나면서 부족해진 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 사료를 대체해준다. 식용으로 부적합한 쇠기름 대신 석유에서 생산한 합성세제의 등장으로 폐기가 어려워진 도축 폐기물 처리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소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일석삼조의 장점을 가진 환상의 사료인 셈이다.
특히 미국과는 달리 사료 사정이 어려웠던 영국에서는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1970년대부터 동물성 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쇠고기 소비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소의 사육 규모도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986년에는 느닷없이 광우병(BSE)이 등장했고, 급기야는 인간 광우병(vCJD)까지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이 모두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풀을 먹고사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우리가 억지로 육식을 시킨 탓에 그런 재앙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난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초식과 육식의 차이가 단순히 우리 인식의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학적으로는 동물성과 식물성 먹거리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우병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쇠고기를 완전히 포기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광우병의 확산을 막아내야만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밝혀진 것이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이다. 다행히 1988년부터 프리온의 확산 경로로 추정되는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면서 세계적으로 광우병 사태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광우병의 대부분은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발병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프리온은 편도, 회장, 등뼈, 척수, 머리뼈, 뇌, 눈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정위험물질(SRM)이라고 알려진 부위들이다. 그런 부위를 제거하면 비교적 안심하고 쇠고기를 소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은 그렇게 마련된 것이다. 광우병 가능성이 높은 늙은 소의 경우에도 SRM을 완전히 제거하면 대체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기준이면 대부분의 국가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안전기준을 OIE의 권고 이상으로 강화할 수는 있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안전기준을 강화하려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안전기준은 우리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무작정 높은 기준만 고집할 수는 없다.
감정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인간 광우병에 걸릴 위험과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수입 쇠고기를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가 무의미한 현실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이 불가능하다.
'OIE 기준 강화' 냉정한 판단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시작된 논란이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부 협상단이 동물성 사료에 대한 미국의 정책 자료를 잘못 이해했던 사실까지 확인돼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영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공직자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논란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동물성 사료'이다. 물론 동물성 사료는 죽은 동물의 사체(死體)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사람이 잘 먹지 않는 뼈와 내장 또는 품질이 낮은 살코기를 건초나 곡물과 함께 분쇄해서 만든 것이다.
동물성 사료는 사육하는 소가 늘어나면서 부족해진 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 사료를 대체해준다. 식용으로 부적합한 쇠기름 대신 석유에서 생산한 합성세제의 등장으로 폐기가 어려워진 도축 폐기물 처리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소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일석삼조의 장점을 가진 환상의 사료인 셈이다.
특히 미국과는 달리 사료 사정이 어려웠던 영국에서는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1970년대부터 동물성 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쇠고기 소비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소의 사육 규모도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986년에는 느닷없이 광우병(BSE)이 등장했고, 급기야는 인간 광우병(vCJD)까지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이 모두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풀을 먹고사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우리가 억지로 육식을 시킨 탓에 그런 재앙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난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초식과 육식의 차이가 단순히 우리 인식의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학적으로는 동물성과 식물성 먹거리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우병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쇠고기를 완전히 포기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광우병의 확산을 막아내야만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밝혀진 것이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이다. 다행히 1988년부터 프리온의 확산 경로로 추정되는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면서 세계적으로 광우병 사태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광우병의 대부분은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발병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프리온은 편도, 회장, 등뼈, 척수, 머리뼈, 뇌, 눈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정위험물질(SRM)이라고 알려진 부위들이다. 그런 부위를 제거하면 비교적 안심하고 쇠고기를 소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은 그렇게 마련된 것이다. 광우병 가능성이 높은 늙은 소의 경우에도 SRM을 완전히 제거하면 대체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기준이면 대부분의 국가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안전기준을 OIE의 권고 이상으로 강화할 수는 있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안전기준을 강화하려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안전기준은 우리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무작정 높은 기준만 고집할 수는 없다.
감정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인간 광우병에 걸릴 위험과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수입 쇠고기를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가 무의미한 현실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이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