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속에서 빛이 진행한 거리
헬륨 파장 등 이용방법 제안도
바이오&사이언스
길이를 나타내는 `미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을 근거로 결정된 최초의 단위였다. 프랑스 혁명으로 등장한 국민회의의 요청을 받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파리를 통과하는 자오선의 4000만분의 1을 길이의 기준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미터'는 `측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트론'에 해당하는 프랑스 단어였다.
단위는 사물의 크기와 양을 수치로 나타내는 기준이다. 그런 기준을 정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이해할 수만 있으면 어떤 기준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하게 합의한 단위를 사용했다. 서양에서 많이 쓰던 `피트'는 발의 크기를 기준을 한 것이었다.
수치를 표현하는 방법도 달랐다. 교역에서는 표기의 편리함보다는 분할하기 쉬운 표기법이 더 유리했다. 그래서 단순한 10진법보다 약수(約數)가 더 많은 12와 20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영국의 `파운드'가 대표적이었다. 240 `펜스'에 해당하는 `파운드'를 펜스로 분할하는 방법은 19가지나 된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교역이 늘어나면서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단위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세금 징수와 영토 관리도 극도로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단위를 통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중앙 정부에서 제작한 기준 잣대를 보급하기도 했다. 단위가 곧 국가 권력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산업혁명으로 산업화와 국제 교역이 늘어나면서 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필요한 단위의 종류도 늘어난 것도 문제였지만, 단위가 국가의 경계를 너머 통용되어야만 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이제 단위를 정하는 도량형이 국가의 자존심과 힘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프랑스가 미터법을 제정하기로 했던 것은 그런 환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프랑스의 정치적, 상업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프랑스는 다른 국가들이 자존심을 내세워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자연'을 선택했다. 파리를 지나는 자오선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북극에서 적도에 이르는 자오선의 전체 길이를 측정할 수는 없었다. 바다에서는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파리 북쪽의 ？케르크에서 에스파냐의 바르셀로나까지의 거리를 삼각측정법으로 측정해야만 했다. 자오선을 따라 직접 관측이 가능한 삼각형을 만들어 가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였던 들랑브르와 메셍이 각각 파리의 북쪽과 남쪽의 측량을 담당했다. 측량은 무려 6년이나 계속됐다. 당시 프랑스가 혁명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터법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의 위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 나폴레옹은 `정복은 순간이지만, 미터법은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1799년의 미터법은 `모든 사람과 모든 시대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당시의 측정이 완벽하지는 못했다. 지구가 자전(自轉) 때문에 적도 부근이 불룩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결국 당시에 만든 미터 원기는 실제보다 약 0.2밀리미터가 짧았다. 지구의 둘레가 처음 생각했던 4만㎞보다 7.86㎞가 더 길게 됐다.
아직도 미국처럼 미터법을 거부하는 나라가 있다. 미터의 정의도 세월에 따라 달라졌다. 요즘의 미터는 진공 속에서 1/299,792,487초 동안에 빛이 진행한 거리에 해당한다. 헬륨-네온 레이저의 파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셈이다.
헬륨 파장 등 이용방법 제안도
바이오&사이언스
길이를 나타내는 `미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을 근거로 결정된 최초의 단위였다. 프랑스 혁명으로 등장한 국민회의의 요청을 받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파리를 통과하는 자오선의 4000만분의 1을 길이의 기준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미터'는 `측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트론'에 해당하는 프랑스 단어였다.
단위는 사물의 크기와 양을 수치로 나타내는 기준이다. 그런 기준을 정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이해할 수만 있으면 어떤 기준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하게 합의한 단위를 사용했다. 서양에서 많이 쓰던 `피트'는 발의 크기를 기준을 한 것이었다.
수치를 표현하는 방법도 달랐다. 교역에서는 표기의 편리함보다는 분할하기 쉬운 표기법이 더 유리했다. 그래서 단순한 10진법보다 약수(約數)가 더 많은 12와 20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영국의 `파운드'가 대표적이었다. 240 `펜스'에 해당하는 `파운드'를 펜스로 분할하는 방법은 19가지나 된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교역이 늘어나면서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단위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세금 징수와 영토 관리도 극도로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단위를 통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중앙 정부에서 제작한 기준 잣대를 보급하기도 했다. 단위가 곧 국가 권력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산업혁명으로 산업화와 국제 교역이 늘어나면서 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필요한 단위의 종류도 늘어난 것도 문제였지만, 단위가 국가의 경계를 너머 통용되어야만 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이제 단위를 정하는 도량형이 국가의 자존심과 힘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프랑스가 미터법을 제정하기로 했던 것은 그런 환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프랑스의 정치적, 상업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프랑스는 다른 국가들이 자존심을 내세워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자연'을 선택했다. 파리를 지나는 자오선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북극에서 적도에 이르는 자오선의 전체 길이를 측정할 수는 없었다. 바다에서는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파리 북쪽의 ？케르크에서 에스파냐의 바르셀로나까지의 거리를 삼각측정법으로 측정해야만 했다. 자오선을 따라 직접 관측이 가능한 삼각형을 만들어 가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였던 들랑브르와 메셍이 각각 파리의 북쪽과 남쪽의 측량을 담당했다. 측량은 무려 6년이나 계속됐다. 당시 프랑스가 혁명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터법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의 위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 나폴레옹은 `정복은 순간이지만, 미터법은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1799년의 미터법은 `모든 사람과 모든 시대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당시의 측정이 완벽하지는 못했다. 지구가 자전(自轉) 때문에 적도 부근이 불룩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결국 당시에 만든 미터 원기는 실제보다 약 0.2밀리미터가 짧았다. 지구의 둘레가 처음 생각했던 4만㎞보다 7.86㎞가 더 길게 됐다.
아직도 미국처럼 미터법을 거부하는 나라가 있다. 미터의 정의도 세월에 따라 달라졌다. 요즘의 미터는 진공 속에서 1/299,792,487초 동안에 빛이 진행한 거리에 해당한다. 헬륨-네온 레이저의 파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