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수요ㆍ정유사 특성따라 달라
휘발유 등 원가 공개 요구는 잘못
■바이오&사이언스
다행히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의혹은 여전하다. 휘발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값싼' 경유가 지난 몇 년 새 크게 올라 이제는 휘발유만큼이나 비싼 연료가 돼버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와 정유사가 모두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를 속시원하게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정유사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다. 정유사가 정정당당하다면 원가를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원유 가격이 널뛰듯 출렁이는 틈을 타서 부당한 방법으로 해마다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우리 소비자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유산업이 거대한 장치산업이고 우리 사회의 연료와 화학산업의 원료를 모두 감당하고 있는 정유사의 매출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우선 민간기업이 제품 원가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그런 요구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당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극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정유사도 어느 정도의 경쟁을 포기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원가를 공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파트 건설비를 공개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아파트의 경우에서 보듯이 부분적인 원가 공개조차도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석유제품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석유제품이 `결합원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원가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한 공장에서 같은 원료를 이용한 동일한 공정으로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이 생산된다는 뜻이다. 그런 경우에는 함께 생산되는 제품의 원가들이 서로 결합돼 있어 제품별 원가 계산은 불가능해진다. 모든 관리회계 입문서에 반드시 소개되는 원가 산정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결국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석유제품의 원가가 결합되어 있다는 특성을 무시한 원천적으로 잘못된 요구다. 정유사는 그런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서 소비자를 이해시켜야 한다. 정부도 불가능한 원가 공개 압력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가 석유제품의 원가 공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물론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을 아무렇게나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수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휘발유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수요가 줄어들고 자칫하면 재고가 쌓이게 된다. 생산자에게는 쌓여 가는 재고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결국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적인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정유사의 생산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된다.
우리의 경우에는 석유제품의 내수시장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0여년 전에 정유사를 민영화하면서 선택한 방법이 국제 석유시장 가격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정유사들도 국제시장을 통해 수출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그런 사실을 잊어버린 것처럼 모든 책임을 정유사에 떠넘기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로 유지시키겠다던 정부의 `연료소비 현대화 계획'은 그런 합의를 무시한 것이었다. 무리하게 인상했던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것은 더욱 기가 막힌 일이다. 경유의 유류세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휘발유의 유류세를 인하했어야 했다.
휘발유 등 원가 공개 요구는 잘못
■바이오&사이언스
다행히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의혹은 여전하다. 휘발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값싼' 경유가 지난 몇 년 새 크게 올라 이제는 휘발유만큼이나 비싼 연료가 돼버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와 정유사가 모두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를 속시원하게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정유사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다. 정유사가 정정당당하다면 원가를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원유 가격이 널뛰듯 출렁이는 틈을 타서 부당한 방법으로 해마다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우리 소비자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유산업이 거대한 장치산업이고 우리 사회의 연료와 화학산업의 원료를 모두 감당하고 있는 정유사의 매출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우선 민간기업이 제품 원가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그런 요구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당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극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정유사도 어느 정도의 경쟁을 포기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원가를 공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파트 건설비를 공개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아파트의 경우에서 보듯이 부분적인 원가 공개조차도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석유제품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석유제품이 `결합원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원가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한 공장에서 같은 원료를 이용한 동일한 공정으로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이 생산된다는 뜻이다. 그런 경우에는 함께 생산되는 제품의 원가들이 서로 결합돼 있어 제품별 원가 계산은 불가능해진다. 모든 관리회계 입문서에 반드시 소개되는 원가 산정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결국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석유제품의 원가가 결합되어 있다는 특성을 무시한 원천적으로 잘못된 요구다. 정유사는 그런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서 소비자를 이해시켜야 한다. 정부도 불가능한 원가 공개 압력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가 석유제품의 원가 공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물론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을 아무렇게나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수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휘발유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수요가 줄어들고 자칫하면 재고가 쌓이게 된다. 생산자에게는 쌓여 가는 재고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결국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적인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정유사의 생산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된다.
우리의 경우에는 석유제품의 내수시장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0여년 전에 정유사를 민영화하면서 선택한 방법이 국제 석유시장 가격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정유사들도 국제시장을 통해 수출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그런 사실을 잊어버린 것처럼 모든 책임을 정유사에 떠넘기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로 유지시키겠다던 정부의 `연료소비 현대화 계획'은 그런 합의를 무시한 것이었다. 무리하게 인상했던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것은 더욱 기가 막힌 일이다. 경유의 유류세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휘발유의 유류세를 인하했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