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클수록 독성 저항력 커져
유해물질 '허용기준'과는 달라
◇바이오&사이언스
멜라민 사태가 어렵게 진정됐다. 우리 모두 정말 혼비백산했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국산 과자류와 야채류 400여종을 조사했지만 결과는 좀 엉뚱했다. 겨우 10여종의 제품에서 멜라민을 찾아냈을 뿐이고 그마저도 양이 너무 적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처음부터 법석을 떨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과연 우리가 이번 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혼란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일은 너무 많아서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문제의 핵심은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이다. 우리는 흔히 허용기준이 마치 생사를 갈라놓는 기준점이라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유해물질이 기준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당장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다. 겉잡을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런데 유해물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물질이나 지나치면 인체에 해가 된다. 물질의 독성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을 대상으로 독성을 직접 확인할 수도 없다.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 실험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인체실험을 했던 나치와 일본군이 비난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쥐나 토끼와 같은 소형 동물이 이용된다. 동물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독성을 알아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독성을 알아내야만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장기 독성은 동물 실험에서도 알아내기 어렵다. 경계는 해야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동물 실험에서 얻어지는 것은 `치사량'(致死量)이다. 말 그대로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는 양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치사량은 몸무게에 비례한다. 몸집이 클수록 독성에 대한 저항력도 커진다. 어린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취약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차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독(毒)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이 그런 뜻이다.
치사량은 통계적인 값이다. 치사량을 섭취했다고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멀쩡하게 살아남는 경우도 있다. 독성이 나타나는 정도가 사람이나 동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사량은 실험 대상의 절반이 목숨을 잃어버리는 양으로 정한다.
멜라민의 치사량은 몸무게 1㎏당 3그램이 넘는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소금(염화나트륨)의 치사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몸무게 60㎏의 사람의 경우에는 180그램이나 된다. 결국 멜라민의 독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알려진 셈이다.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은 치사량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우선 치사량보다 엄청나게 작다. 멜라민의 경우에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허용기준은 하루 몸무게 1㎏당 0.5㎎이다. 치사량의 0.02%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그래서 허용기준을 조금 넘었다고 목숨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허용기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해물질을 관리하는 기술과 사회적 인식이다.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과 그 양을 확인하는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물론 그런 기술이 공짜는 아니다. 허용기준이 나라마다 다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무작정 선진국을 흉내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허용기준을 치사량으로 오해하면 안된다. 남의 허용기준을 근거로 논란을 벌이는 것도 의미가 없다. 물론 허용기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마련된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서 개선해야 한다. 공연히 두려움에 휩싸여 우왕좌왕해서는 이번 경우처럼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유해물질 '허용기준'과는 달라
◇바이오&사이언스
멜라민 사태가 어렵게 진정됐다. 우리 모두 정말 혼비백산했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국산 과자류와 야채류 400여종을 조사했지만 결과는 좀 엉뚱했다. 겨우 10여종의 제품에서 멜라민을 찾아냈을 뿐이고 그마저도 양이 너무 적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처음부터 법석을 떨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과연 우리가 이번 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혼란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일은 너무 많아서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문제의 핵심은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이다. 우리는 흔히 허용기준이 마치 생사를 갈라놓는 기준점이라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유해물질이 기준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당장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다. 겉잡을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런데 유해물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물질이나 지나치면 인체에 해가 된다. 물질의 독성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을 대상으로 독성을 직접 확인할 수도 없다.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 실험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인체실험을 했던 나치와 일본군이 비난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쥐나 토끼와 같은 소형 동물이 이용된다. 동물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독성을 알아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독성을 알아내야만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장기 독성은 동물 실험에서도 알아내기 어렵다. 경계는 해야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동물 실험에서 얻어지는 것은 `치사량'(致死量)이다. 말 그대로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는 양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치사량은 몸무게에 비례한다. 몸집이 클수록 독성에 대한 저항력도 커진다. 어린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취약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차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독(毒)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이 그런 뜻이다.
치사량은 통계적인 값이다. 치사량을 섭취했다고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멀쩡하게 살아남는 경우도 있다. 독성이 나타나는 정도가 사람이나 동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사량은 실험 대상의 절반이 목숨을 잃어버리는 양으로 정한다.
멜라민의 치사량은 몸무게 1㎏당 3그램이 넘는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소금(염화나트륨)의 치사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몸무게 60㎏의 사람의 경우에는 180그램이나 된다. 결국 멜라민의 독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알려진 셈이다.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은 치사량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우선 치사량보다 엄청나게 작다. 멜라민의 경우에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허용기준은 하루 몸무게 1㎏당 0.5㎎이다. 치사량의 0.02%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그래서 허용기준을 조금 넘었다고 목숨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허용기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해물질을 관리하는 기술과 사회적 인식이다.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과 그 양을 확인하는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물론 그런 기술이 공짜는 아니다. 허용기준이 나라마다 다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무작정 선진국을 흉내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허용기준을 치사량으로 오해하면 안된다. 남의 허용기준을 근거로 논란을 벌이는 것도 의미가 없다. 물론 허용기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마련된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서 개선해야 한다. 공연히 두려움에 휩싸여 우왕좌왕해서는 이번 경우처럼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