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86) 비대칭

[ ] | 2008-10-30 20:22
대칭성으로부터 우주 근원 연구
일본 학자들 노벨 물리학상 수상



◇ 바이오&사이언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우주에 숨겨져 있는 대칭성으로부터 만물의 근원을 연구했던 일본 과학자들이다.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는 자발적 대칭 깨짐을 밝혔고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와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는 전하-반전성(反轉性) 대칭 깨짐을 주장했다. 우리가 존재하게 된 가장 근원적인 의문에 도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너무 익숙하거나 흔한 개념은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대칭이 그런 경우다. 대칭은 무엇을 바꿔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닮은 것을 뜻한다. 그래서 양쪽을 바꿔도 모양이 달라지지 않으면 `좌우대칭'이라고 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도 오른쪽과 왼쪽이 뒤바뀐 것을 빼면 본래의 모습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전대칭' 또는 `거울상 대칭'이라 부른다. 예술에서는 그런 대칭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아름다움을 증진시킨다.

사물의 겉모습에서 발견되는 기하학적인 대칭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전하와 스핀은 물론 시간에서도 대칭성이 발견된다. 물리학자들은 그런 대칭으로부터 만물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낸다. 대칭 자체도 중요하지만 대칭의 깨짐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대칭은 관찰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멀리서 보면 완벽하게 대칭적이더라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이 그렇고,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소립자의 세상도 그렇다. 거시적으로는 대칭적이지만 부분적으로는 대칭성이 깨져있다는 뜻이다.
완벽한 대칭성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완벽한 대칭성은 균일성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대칭인 곳에서는 신비로운 특징이 나타날 수 없다. 별들이 모인 은하도 없고 지구상에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육지도 없고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와 원자와 소립자도 없다. 물론 대칭성에서 만물의 이치를 알아내려는 우리 자신도 존재할 수가 없다.

137억년 전 대폭발(빅뱅)에 의해 우주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상태가 그랬다. 우주를 균일하게 채우고 있던 빛이 `물질'과 `반물질'(反物質)로 변환되고 그렇게 등장한 물질과 반물질이 다시 빛으로 변환되는 일이 반복될 뿐이었다. 완벽한 혼돈의 시기였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대칭과 균형을 이루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발적 대칭 깨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 구조가 깨지면서 물질이 지배하는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비대칭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100억개의 반물질 당 물질이 하나 정도 더 존재하는 수준의 작은 어긋남이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정말 사소한 일이었지만 희로애락으로 가득한 우리의 우주를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한 변화였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대칭성 깨짐에 대한 연구 결과는 모두 1970년대 초반에 이룩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에서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통합한 `표준모형'의 정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이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 13위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우리도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기 위해 영어와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기획과 선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말 부끄러운 것이다. 지극히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을 과학자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노력한 결과라는 해석은 앞뒤가 뒤바뀐 크게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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