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87) 옹기

[ ] | 2008-11-06 20:44
'숨쉬는 특성'이 때론 부패 유발
민속품의 지나친 신비화 우려감



◇ 바이오&사이언스

전통적인 옹기의 `숨쉬는 특성`이 우리 학생들과 교사들의 과학탐구 과제로 인기가 높은 모양이다. 옹기에 넣어둔 식품이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작은 `숨구멍`을 통해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옹기의 투박한 모습에 담긴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도 대단하다.

옹기(甕器)는 우리 선조가 선사시대부터 쓰던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옹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붉은 진흙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옹기의 용도는 정말 다양하다. 된장, 간장, 물, 술, 곡식을 넣어두는 항아리는 물론이고 떡을 만드는 시루, 소주를 증류하는 소주고리, 농사에 쓰던 장군을 비롯해서 그야말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 옹기는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생활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었다. 옹기가 없었다면 우리 선조의 삶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리의 옹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옹기의 역사와 용도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그랬다. 그런 옹기가 우리의 생활이 도시화되면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웅기의 장점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다. 사실 진흙을 빚어서 만든 토기(土器)나 그런 토기를 낮은 온도의 불에 구워서 만든 도기(陶器)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고대 문명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토기에 간단한 무늬를 파기도 했고, 다양한 유약(釉藥)을 발라서 굽기도 했다. 물론 토기와 도기의 재료와 품질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랐다.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흙과 유약을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리 옹기의 `숨쉬는 특성`은 우리 옹기만의 독특한 특성은 아니다. 모든 토기와 도기에는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구멍은 옹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옹기의 재료로 사용하는 진흙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것이다.

그런 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드나드는 것이 식품의 저장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어설픈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전통식품의 발효는 산소가 필요 없는 혐기성(嫌氣性)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발효에는 공기의 출입이 방해가 된다. 숨구멍을 통해 드나드는 공기가 자칫 우리가 원하는 발효 대신 원치 않는 부패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옹기의 작은 구멍이 우리 몸에 나쁜 불순물을 제거해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옹기의 작은 구멍이 분자들을 붙잡아두는 흡착제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옹기에 넣어둔 식품의 양에 비해 옹기 내부의 면적은 턱없이 작아서 흡착이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옹기의 작은 구멍이 특별히 우리 몸에 나쁜 것만 가려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구멍이 식품을 오염시키는 세제와 비누 성분의 제거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숨을 쉬도록 만들어준다는 작은 구멍이 자칫하면 고약한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화려한 예술성을 자랑하는 자기(瓷器)와 달리 옹기는 값싸고 쉽게 만들어 사용하던 서민 생활용품이었다. 처음부터 예술성보다 실용성을 추구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옹기에서 예술적 가치를 절대 찾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민속품이 그렇듯 우리의 정서가 듬뿍 묻어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민속품의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과학까지 들먹이면서 신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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