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89) 영구기관

[ ] | 2008-11-20 21:01
'도시철도 발전시스템' 개발 황당
지하철 송풍기의 출력 조절 먼저



◇바이오&사이언스

서울메트로가 `도시철도 시설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지하철 내의 탁한 공기를 빼내는 송풍구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무려 300억원이나 든다고 한다. 송풍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것은 정말 참신하고 창의적이다. 그러나 전기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물리법칙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를 돌리기만 하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지하철 송풍구의 바람으로도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굳이 아까운 돈을 들여서 시험해 볼 필요도 없는 명백한 진실이다.

문제는 송풍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바람의 정체다. 지하철 송풍구의 바람은 발전소에서 애써 만든 값비싼 전기로 작동하는 거대한 송풍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번 계획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다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전기로 작동하는 모터로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을 시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효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송풍구에 설치할 풍력 발전기의 효율을 100%로 만들 수는 없다. 결국 풍력 발전기 자체를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전소가 생산한 값비싼 전기의 상당한 부분을 열로 낭비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낭비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영구기관'은 허황된 꿈이다. 그런 영구기관은 이제 공상 소설에도 등장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특허신청조차 받지 않는다. 영구기관의 불가능성은 현대 과학의 핵심인 열역학 법칙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과학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그런 황당한 발상이 가능한 현상은 또 있다.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는 전동차가 만들어내는 바람이다. 그런 바람을 이용해 풍력 발전기를 돌리는 일도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열역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 전동차가 만들어내는 바람도 역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사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면 전동차의 진입 속도가 떨어지고, 결국에는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방법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저탄소 녹색기술의 개발을 촉진하려는 정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을 통해 원가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매입해주고 있다. 만약 서울메트로가 한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송풍기를 돌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바람을 이용한 무늬만의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되팔 수만 있다면 상당한 차액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전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비싼 값에 구입해 줄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누구나 집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정말 기막힌 일이 벌어질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들여온 풍력 발전기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서 우리 소비자의 주머니를 축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이 만들어준 풍력 발전기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다고 우리의 녹색성장 동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보호해야 할 산과 들이 외제 발전시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시용 태양광 시설이 아니라 그런 시설을 만드는 기술이다.

지하철 송풍구의 거센 바람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손실'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변명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다. 정말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송풍기의 출력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많이본뉴스



디지털타임스의 뉴스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