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90) 나노의 위험성

[ ] | 2008-11-27 21:01
'나노물질 = 화학물질'… 위험 가능성
장밋빛 환상보다 올바른 활용법 필요



◇바이오&사이언스

나노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들이 식품생산에 사용하는 나노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나노 물질의 안전 관리를 위한 로드맵을 준비했다. 그동안 나노기술에 대한 일방적이고 과장된 장밋빛 홍보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는 셈이다.

나노 물질이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노 물질이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현대 화학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주장은 나노기술로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렇다고 나노 물질이 모두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노 물질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나노 물질에 대한 연구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분명하게 제기됐던 것이다. 실제로 최초의 나노 물질로 알려진 `풀러렌'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공동으로 학술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확실한 근거를 밝힌 논문은 아니었다. 그동안의 화학에 대한 경험에 따르면 `풀러렌'도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한 논문이었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물질의 위험 가능성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였다.

나노 물질도 원소들의 화학결합으로 구성된 화학물질이다. 그래서 나노 물질의 위험성도 다른 화학물질과 크게 다를 것으로 기대할 이유가 없다. 특별히 더 안전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더 위험한 것도 아니다. 나노 물질의 위험성도 다른 화학물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수준에서 취급되어야만 한다. 새로 개발하는 나노 물질 하나하나에 대한 유해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나노 물질이 `작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물질의 유해성은 크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중요한 생리작용을 하는 산소나 이산화탄소는 나노 물질보다 훨씬 작다. 반대로 식물이나 동물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 중에는 나노 물질보다 훨씬 크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나노 물질이 `작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나노미터는 우리가 물질의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미터의 `10억분의 1'이다. 그런 크기의 나노 물질은 우리가 흔히 작은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머리카락'이나 `티끌'보다 훨씬 작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노 물질을 대단히 작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화학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분자의 구성단위인 원자는 그 지름이 0.1에서 0.3나노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원자들의 화학결합으로 만들어진 분자들 중에는 나노 물질보다 훨씬 작은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전통적인 화학의 입장에서 나노 물질은 엄청나게 큰 경우에 해당한다.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관리는 엄격하다. 식품, 의약품, 공산품, 환경에 대한 다양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든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수록한 `화학물질안전성자료'(MSDS)도 공개돼 있다. 물론 현재의 규제와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나노기술은 전통적인 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응용기술에 붙여진 새로운 이름일 뿐이다. 그런 나노기술에 대해 지나친 환상이나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위험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혀서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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