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91) LPG

[ ] | 2008-12-04 19:50
'서민용 연료' 절반이상 수입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필요



◇바이오&사이언스

휘발유와 경유와는 반대로 액화석유가스(LPG)의 가격이 마구 치솟는 바람에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LPG는 정말 서민용 청정 연료다. 실제로 LPG는 영업용 택시 연료와 장애우에게 제공하는 복지용 연료로 사용된다.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나 대형 식당의 취사 또는 난방 연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LPG는 정유공장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석유제품'과 유전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LPG의 두 종류가 있다. 그렇다고 두 종류의 LPG가 화학적으로 다른 것은 절대 아니다. 두 가지 모두가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프로판과 부탄이 주성분이다.

LPG는 화학산업용 원료로도 유용하지만 대부분은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약 3%가 LPG로 공급된다. 취사용이나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LPG는 연소 과정에서 메탄이 주성분인 LNG보다 2.5배나 많은 열량을 발생시킨다. 대형 식당에서 LPG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LPG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때는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가스 상태의 LPG는 쉽게 연소되기 때문에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매연이나 질소 산화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LPG는 `청정연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자동차에서 1리터의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려면 경유는 0.88리터, LPG는 1.35리터, LNG는 1.52리터가 필요하다. LPG 자동차의 연비가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보다 나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LPG가 온실 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주장도 간단하지는 않다. LPG의 탄소 함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피가 크고 폭발 위험이 있는 LPG의 수송과 유통에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LPG와 LNG를 무작정 청정연료라고 하기 어렵다. 환경기준에 이산화탄소를 포함시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연료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 그리고 다른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된다. LPG의 가격이 반드시 휘발유와 경유보다 싸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싱가포르에서 결정되는 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LPG의 국제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휘발유와 경유와 LPG의 가격을 100:85:50으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시장을 무시한 매우 잘못된 것이었다. 요동치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적 가격을 완전히 외면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LPG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가적으로 정유산업을 육성하던 1970년대 초부터였다. 정유회사에서 생산되는 LPG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취사용 연료만으로는 그 많은 양을 소비할 수도 없었다. 결국 영업용 택시가 대안이었다. 정유공장의 부산물을 소비하고 택시 요금도 안정시키기 위해 낮은 세금을 부과했던 탓에 우리에게 LPG는 값싼 연료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LPG 소비가 지나치게 늘어나 버렸다. 이제 우리는 220만대의 LPG 차량을 보유한 LPG 차량 대국이다. 결국 우리가 생산한 LPG가 모자라서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형편이 됐다. 정유사가 수입 원유에서 생산한 휘발유와 경유는 수출하고 LPG는 수입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LPG의 국제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다. 이제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를 단순히 국가의 세수(稅收) 확보의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은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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