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92) 유전체

[ ] | 2008-12-11 21:01
유전자 치료ㆍ맞춤의학 핵심
생명공학 연구 더 매진하길



◇바이오&사이언스

한국인의 `참조 표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었다. 가천의과대학의 김성진 이길여암ㆍ당뇨연구원장의 DNA 염기 서열을 완전히 읽어냈다는 뜻이다.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해서 공개한 것은 1953년 DNA 구조를 처음 밝혀내서 노벨상을 수상했던 제임스 왓슨 등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다. 우리의 유전자 치료와 개인별 맞춤 의학에 널리 활용될 소중한 자료가 확보된 것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생물은 세포의 핵과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있는 이중나선 구조의 DNA에 담겨 있는 유전 정보를 이용해서 살아가고 후손을 만들어 낸다.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생리작용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가장 소중한 자료가 바로 DNA에 담겨 있는 유전체(게놈)다.

유전체는 A, T, G, C로 표시되는 네 가지 염기에 의해 암호화되어 있다. DNA에 담겨 있는 유전정보는 64진법으로 표현된다. 3개의 염기가 하나의 단위(코돈)가 되어 단백질에서 아미노산이 연결되는 순서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생물이 사용하는 아미노산은 모두 20가지뿐이다. DNA에 담긴 유전체는 앞으로도 엄청난 확장 여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유전체는 30억개의 염기 서열로 이뤄져 있다. 물론 모든 염기 서열이 생리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염기 서열은 명확한 기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잡동사니 서열'이다. 그런 잡동사니 서열이 우리 유전체의 무려 97%나 된다.


우리가 그렇게 많은 잡동사니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DNA의 정확한 염기 서열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생명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서 그런 서열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유전체 중에서 실제로 의미가 있는 유전 정보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는 대략 3만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의 엄청나게 많은 유전적 표현형에 비해 유전자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은 셈이다. 우리의 표현형이 한 개에서 수십 개의 유전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유전체가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물론 같은 생물종에 속하는 우리의 유전체가 전혀 다를 수는 없다. 실제로 사람의 유전체는 99.9%가 서로 똑같다. 그러나 나머지 0.1%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가 신비스러울 정도로 서로 닮았으면서도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신체적 표현형은 유전체에 담겨 있는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 눈동자의 색깔이 대표적인 경우다. 심지어 알츠하이머병이나 알코올 중독에 걸릴 가능성 또는 카페인 민감성도 유전체에 숨겨진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유전형질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된 표현형은 122가지나 된다. 그런 정보가 미래 맞춤 의학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운명이 유전체에 담긴 정보만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모든 것이 유전체에 의해 완벽하게 결정돼 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아무런 가치도 찾을 수 없는 메마른 것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에 경험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운명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우리는 지난 10여년 동안 생명의 신비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아직도 생명과학은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그런 노력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진실을 밝혀내게 될 것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다. 생명공학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은 이익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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