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193) 자기공명영상

[ ] | 2008-12-18 21:01
몸속 수소원자로 질병징후 찾아
성능 탁월… 고가ㆍ소음문제 단점



◇바이오&사이언스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X-선으로 우리 몸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한 세기 전이었다. 그동안 X-선으로 만들어낸 뼈와 장기의 희미한 그림자 덕분에 생명을 구한 환자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 이제는 X-선을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진단 기술이 등장했다. 자기공명영상(MRI)이 바로 그런 기술이다.

MRI는 우리 몸에 들어있는 수소 원자를 이용해 질병의 징후를 찾아낸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63%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H)다. 대부분의 수소는 세포에 들어있는 물에 붙어있다. 그러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DNA를 포함해서 우리 몸의 모든 분자에도 상당한 양의 수소가 붙어있다. 수소는 우리 몸의 어디에서나 발견된다는 뜻이다.

질병 때문에 우리 몸의 생리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그런 수소 원자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물론 눈에 뜨일 정도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최첨단 장치를 사용해야만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정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런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MRI다.



MRI의 핵심은 대형 전자석이다. 요즘은 보통 1.5테슬라(T)의 자기장을 사용한다. 지구 자기장의 3만배나 되는 엄청난 자기장이다. 그런 자기장을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려면 액체 헬륨으로 섭씨 영하 269도까지 냉각시킨 초전도 전자석이 필요하다. MRI 장비의 상징인 둥근 도넛 모양의 구조물이 바로 초전도 전자석이다.
강력한 자기장 속에 놓여있는 수소의 원자핵은 FM 라디오 방송에 사용하는 전자기파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전자가 `스핀'이라고 하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46년에 처음 밝혀진 양자역학적 현상이다. 그런 발견은 오늘날 전 세계의 화학실험실에서 분자의 정체와 특성을 밝혀주는 `핵자기공명'(NMR)이라는 첨단 화학분석 기술의 개발로 이어졌다. NMR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몸에 있는 수소 원자도 물론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라디오파를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수소 원자가 흡수하는 라디오파의 진동수와 그런 라디오파를 흡수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까지의 시간이 주변의 화학적 환경에 따라 아주 조금씩 달라진다. 그런 특성이 수소 원자가 어떤 분자에 붙어있고 그 주위에서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런 차이를 빠른 속도로 측정하면 우리 몸의 생리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MRI가 된다. 30년 전에 처음 개발된 MRI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심혈관계, 신경계, 뇌, 척추와 관절을 비롯해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병의 징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질병 가능성이 있는 부위의 단면을 원하는 모든 각도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이다.

MRI는 X-선처럼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MRI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강한 자기장이 인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위험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체 부위 단면의 영상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보정용 전자석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MRI 장비의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가 된다. 아무리 좋은 진단 기술이라도 너무 비싸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MRI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학기술로 개발한 진단 기술을 누구에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사회가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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