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사 경영진 선임하는 최고 결정기구
KBS는 대통령ㆍMBC는 방통위장 임명
임기는 3년… 경영평가ㆍ주요사항 의결
이사 선임시 정치적 독립성 보장 '과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일 제 28차 회의를 개최해 국방송공사(KBS),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이사 등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했습니다. 임기 3년인 KBS, MBC, EBS 이사를 새로 뽑는 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중 역시 관심을 갖는 것은 양대 전국 방송사인 KBS와 MBC의 이사진 구성입니다. 두 회사의 이사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3년간 국내 지상파 방송의 대략적인 방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통위의 발표 직후 두 회사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사회가 최고 의사 결정 기구=KBS와 MBC는 따로 경영에 책임을 지는 사장이 있지만 주요 의사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사장 선임도 이사회가 합니다. 이 때문에 이사회를 구성하는 각 인사들의 면면이 어떤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또, 이사의 성향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야당에서 추천했는지 여당에서 추천했는지, 그 구성 비율이 어떤지가 방송사의 경영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KBS의 경우는 지난 정권 때 선임됐던 이사들 중 몇몇이 지난해 공석으로 보궐 이사가 선임되면서 여-야의 추천 비율이 뒤바뀐 상태입니다. 하지만 MBC의 경우 여전히 야당 측 추천 인사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이사진이 구성되면 여당 측 추천 인사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KBS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해 11명의 비상임 이사로 구성합니다. 방송법 제 46조에 의하면 KBS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사의 임기는 3년입니다.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합니다. 이사의 결원이 발생했을 때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보궐 이사를 임명해야 합니다. 보궐이사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기간입니다. 또,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합니다.
방문진은 MBC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 6조에 따르면 방문진에는 이사장 1명을 포함해 9명의 이사와 감사 1인을 두되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합니다.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는 비상임입니다. 방문진의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합니다. KBS 이사와 마찬가지로 보궐 이사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기간이며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EBS 사장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9조에 의해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9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도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EBS 사장, 이사, 감사의 임기는 3년입니다.
◇KBS 이사회의 주요 기능=방송법 제 49조에는 KBS 이사회의 기능이 나열돼 있습니다. KBS 이사회는 △공사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공사가 행하는 방송의 기본운영계획 △예산ㆍ자금계획 △예비비의 사용 및 예산의 이월 △결산 △공사의 경영평가 및 공표 △사장ㆍ감사의 임명제청 및 부사장 임명동의 △지역방송국의 설치 및 폐지 △기본재산의 취득 및 처분 △장기차입금의 차입 및 사채의 발행과 그 상환계획 △손익금의 처리 △다른 기업체에 대한 출자 △정관의 변경 △정관이 정하는 규정의 제정 및 개폐 △기타 이사회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이사회는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감사에게 공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는 실질적인 KBS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의 제청권 및 부사장에 대한 임명 동의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에는 이같은 이사회의 권한을 폭넓게 해석해 KBS 사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KBS 이사는 KBS 경영 목표 설정의 타당성, 예산 집행의 효율성, 인사ㆍ조직 등 경영 관리 제도, 재무 상태 등 경영실적, 연구개발 사업, 시설투자 등을 포함하는 경영 평가를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경영 평가를 위해 경영평가단을 따로 구성, 운영합니다. 경영평가 결과 개선이 필요할 사항이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사장에게 개선 또는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방문진 이사회의 주요 기능=방문진은 MBC의 주식 70%를 소유하고 있는 특별 법인으로 1988년 제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설립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방문진은 MBC의 최대 주주로 MBC의 경영진을 선임하며 조사연구 및 세미나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방송문화진흥회법 제 10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예산, 자금계획과 결산 △기본재산의 취득 및 처분 △정관이 정하는 규정의 제정 및 개폐 △정관의 변경△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기본운영계획에 관한 사항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영평가 및 공표에 관한 사항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정관변경 승인에 관한 사항 △기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해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사 선임 구조개선 필요"=KBS와 방문진의 이사진의 임기는 3년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또,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KBS)하거나 임명(MBC)하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을 구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당 측 추천 인사들이 양대 방송사 이사진의 다수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KBS 및 MBC 사장의 선임과 프로그램 편성, 경영 방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MBC 이사 선임 과정에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켜져 왔던 MBC 노사 추천 인사의 포함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MBC 노조는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MBC 노사가 추천한 2명 내외의 이사들이 포함돼 왔다"며 이번에도 역시 이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통위 측은 "규정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방문진 이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우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KBS의 경우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하기 위해 이사회 대신 사회 각계에서 추천하는 `경영위원회'를 두자는 대안이 학계나 정치권,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위원회를 어떻게 추천하고 구성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강희종기자 hij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