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간 진출 제한… 시장 안전성 보장
대기업 은행 소유한도 확대 등 완화정책 추진
"결합 시너지"vs"건전성 악화" 찬반논란 팽팽
최근 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부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의 제조업 주식 소유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공성진 의원 개정안이 단일 법안으로 합쳐진 것입니다.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죠.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금융산업 발전 논리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금융산업 훼손이라는 정반대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럼, 현재 국내의 금산분리 정책과 해외 현황,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찬반 논리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현황은=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즉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과 반대로 금융산업의 산업자본 진출을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회는 지난 4월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에 이어 최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95년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8%에서 4%로 낮춘 이후 14년 만에 금산분리 빗장이 대폭 풀렸습니다.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의 핵심은 산업자본이 은행과 은행지주사 의결권 있는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4%에서 9%로 확대한 것입니다. 또한 은행을 제외한 증권이나 보험지주회사가 기존 금융은 물론 제조업 자회사를 함께 거느릴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비금융주력자의 경우 은행 주식 4%(지방은행은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감위 승인을 얻은 경우 10%까지 보유가 가능했습니다. 이같은 규정은 은행지주회사에도 그대로 적용돼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지주회사 주식의 4%(지방 은행지주회사는 15%)를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또한 기존 금융지주회사법의 경우 은행지주회사는 5% 이내에서 자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 소유가 가능하지만 은행지주회사가 아닌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비금융회사의 주식 취득을 금지했습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반지주회사가 제조업은 물론 금융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현황은=현재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나라는 미국과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모델인 미국은 지난 56년 은행지주회사법 제정으로 미국에서는 은행과 산업의 분리 원칙이 확실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은행을 소유하는 은행지주회사가 은행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앞서 미국은 1933년 제정된 글래스-스티갈 법에 은행업과 증권업의 분리를 명시해 은행과 산업의 결합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이후 지난 99년 제정된 금융현대화법에서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금융업종간 겸업화를 허용함으로써 글래스-스티갈 법이 천명했던 은행과 증권의 분리원칙은 다소 변화됐습니다.
호주는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회사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소유한도를 1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를 초과하는 것은 재무장관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만 승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할 경우 중앙은행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주주의 기업부문 비중이 금융부분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은행자본 15% 초과 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 67년 은행지분소유 한도를 10%로 제한했지만 이후 2001년 은행지분소유 한도를 은행 자기자본규모에 따라 차등 작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밖에 EU(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의 은행 산업을 통일적으로 규제하는 은행업 지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비금융회사의 은행지분소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은행 주식의 일정비율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감독기관에 보고한 후 출자자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찬반 논리 여전히 뜨거운 감자=금산분리 완화의 찬성 논리는 무엇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입니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면 실물기업과 금융회사가 결합된 결합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풍부한 산업자금을 금융시장에 투입함으로써 은행의 자본여력이 확대되고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제일은행과 외환은행 등이 외국자본에 매각되면서 국내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 우려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금융회사간 인적 교류가 가능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기업에 파견돼 재무관리를 담당하고 기업의 재무관리 전문가가 은행의 국제금융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고 금융시장을 훼손할 수 있는 논리도 여전합니다.
우선 대기업 계열 은행이 보유자산을 계열기업들을 위해 운용하면 대주주와 소액주주, 고객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규모 지분을 보유한 특정 대기업 총수가 금융회사를 매개로 하는 복잡한 순환지배구조를 통해 그룹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부작용의 소지는 더욱 크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은행의 자금이 과도하게 계열기업 확장에 이용되면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일각에선 산업과 금융의 연계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도 아직까지 실증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금산분리를 서둘러 완화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송정훈기자 rep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