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제외하고 대부분 이행비율 10% 내외
"신재생에너지 역량 부족한데 무리수" 지적
지경부 "제반 문제점 파악 협의거쳐 개선"
올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종료 두 달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발전사들의 의무이행비율이 낮아 제도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올해 첫 시행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제도 성공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인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지식경제부와 각 발전사들에 따르면 올 9월 말까지 RPS 제도 시행에 따른 의무이행 비율은 한국수력원자력이 56%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한국중부발전(11.9%), 한국남동발전(8.2%), 한국남부발전(8.1%), 한국동서발전(7.2%), 한국서부발전(4.2%) 등은 부진한 상태다. ▶표 참고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자원공사, SK E&S, GS EPS, GS파워, 포스코에너지, MPC(율촌) 등 기타 발전사업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의무이행량을 채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RPS제도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관련 산업 육성 차원에서 50만㎾ 이상의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올해는 2%)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올해는 한수원을 비롯한 13개 발전사들에게 적용됐다.
각 발전사들의 의무이행비율이 크게 낮다보니 정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지난달 31일 총 765개소에 달하는 태양광발전 공급인증서(REC) 판매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에 앞서 지경부는 현재 보유 중인 250만 REC(비태양광 60만REC, 비태양광 190만REC) 중 약 96만 REC를 지난달 하순 시장에 투입하며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의무이행자들은 자체적으로 의무이행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REC를 구매해 의무이행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각 발전사업자들은 현재 부족한 의무이행량을 REC 구매를 통해 해소해 의무이행비율 70%(30%는 내년으로 이행 연기 가능)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RPS제도가 현실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PS제도 자체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가 현실과의 괴리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 쉽지 않은 국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의무공급량 등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올해 2% 였던 의무이행 비율은 오는 2022년까지 매년 0.5%포인트 상승하도록 설계 돼 있다. 또 제도 시행 초기 3년 간 30% 내에서 다음연도로 의무이행 연기가 가능하지만 이듬해 우선 공급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누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에 입지가 제한되는 풍력,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리는 조력, 경제성 문제가 있는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태양광이 그나마 나은 상황인데 이마저도 별도의무공급량에 묶여 자유롭게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REC 거래 시장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터라 REC 물량 확보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으로 정부가 시장에 REC를 푸는 시기만 쳐다보는 신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까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통해 확보한 REC를 올해 RPS의 의무이행비율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의무자가 의무이행 비율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 규정도 넌센스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RPS 제도 시행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맞춰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확보한 분량을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보급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발전사업자들의 의무이행 비율을 보다 현실적으로 낮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제도 시행 첫 해 규제와 민원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변수 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무이행률이 떨어지는 것은 발전사들의 의지 부족이라기 보다는 제반 환경적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재영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REC의 시장 투입은 RPS제도를 이행하려는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만 과징금 부과를 막기 위해 억지로 투입하지는 않을 계획"이라면서 "올해 제도 시행으로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발전사업자들과 에너지관리공단 등과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석기자 red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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