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Z4' 19초만에 하드탑 여닫 을 수 있어... 최고안전속도 시속 250km 달해
스포츠카의 지붕을 열고, 한적한 오솔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자유를 만끽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꿈이다. 물론 옆자리엔 사랑하는 연인을 태우고 말이다.
BMW Z4는 그런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차 중 하나다. 1억원에 가까운(9150만원)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만약 재정적 능력만 있다면 세컨드 카로 하나쯤 가져보고 싶은 매력적인 차다.
이 차는 전통적인 로드스터 유전자와 쿠페의 장점을 조합한 것이 특징이다. 컨버터블이지만 하드캡 커버라 뚜껑을 닫으면 쿠페와 다름없다. 지붕을 열고 닫을 때의 느낌은 마치 트렌스포머에 등장하는 자동차와 같다. 철컥이며 지붕이 하나씩 접혀 트렁크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신기한 기분이 든다. 하드탑은 주행 속도가 시속 40㎞ 이하일 때 버튼 하나만으로 약 19초 만에 여닫을 수 있다.
디자인은 독특하다. 길게 뻗은 보닛과 뒷바퀴 쪽으로 치우쳐진 시트, 긴 휠베이스, 낮은 숄더라인 등의 조합은 보는 사람에게 `심상찮게 빠르겠는 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트 포지션이 뒷바퀴 바로 앞에 낮게 위치해 고속주행에도 안정감을 더해준다. 대신 키가 좀 큰 사람은 헤어스타일이 다소 망가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
시승에 참여한 뉴 Z4 sDrive35is에는 직렬 6기통 배기량 2979㏄ BMW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5900rpm에서 최고 출력 340마력과 1500rpm에서 최대 토크 45.9 ㎏ㆍm의 힘을 뿜어내며, 정지상태에서 4.8초만에 시속 100㎞를 주파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8초만에 도달한다. 더블 클러치 7단 변속기를 장착했으며 최고 안전 속도는 시속 250㎞다.
시동을 걸자 묵직하고 날카로운 엔진음이 들려왔다. 슈퍼카처럼 주차장을 제압하는 엄청난 엔진음은 아니었지만, 한 성격 한다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저속에서는 다소 굼뜬 움직임을 보였다. 밟으면 나갈 것 같다는 부담감에서인지 시내에서 적정 속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속 20㎞ 이하에서는 차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다. 만약 이 차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져, 저속에서는 반응이 빠른 전기로 가속하고, 고속에서는 강력한 6기통 엔진의 힘을 발휘해 준다면 더할 바 없는 완벽한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니 이 차의 매력이 여지없이 표출됐다. 듀얼 클러치의 빠른 변속 능력이 엔진음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고, 말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옆 차를 추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억원 이상의 슈퍼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서스펜션이 딱딱해서인지 도로면 충격 흡수가 그다지 잘 되진 않았다. 엉덩이가 공중에 뜰 수준까진 아니지만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다소 강한 충격이 허리에 전달됐다. 그리고 연비는 일정부문 포기해야 할 듯 하다. 복합기준 공인연비 리터 당 9.2㎞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리터당 8㎞ 이상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이 차의 성능을 어느 정도 발휘해 줄 경우 1회 주유 시 주행거리는 대략 30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차를 탈 때 가장 염려했던 것은 트렁크다. 하드탑 컨버터블인데다 후면이 워낙 짧다보니 트렁크 용량이 얼마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넣어본 결과 골프백 1개와 보스톤백 1개까지는 들어갔지만, 대신 하드탑 커버를 넣을 공간이 없어 오픈카로 주행할 순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결국 여자친구 대신 짐을 조수석에 실었다.
결론적으로 가속과 코너링 등 주행능력, 그리고 스포티한 디자인, 무엇보다 하드탑 컨버터블이라는 장점과 1억원 안쪽의 무리하면 닿을 것도 같은 가격이 이 차의 장점이다. 차를 반납하고 나서도 이 차의 매력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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