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술사에서 작가론이 중요한 연구 분야 중의 하나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작가의 출생과 성장 과정, 가족 관계, 시대 상황 등과 함께 어떤 스승으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어떤 작가들과 예술적 이념을 주고받았으며, 누구의 어떤 작품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는가 등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이자 배경 지식 역할을 한다.
미술가들의 전기를 다룬 영화의 출현과 함께 대중들의 미술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데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내에 한 작가의 일생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대중의 흥미를 끌려다보니 영화 속에 비친 미술가들의 삶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대체로 불안한 정신의 소유자이거나, 알코올 중독자, 변태 성욕자 등의 굴곡지고 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미술가들은 정말 그런 삶을 살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왜 그런 삶을 선택해야 했으며, 그의 삶과 작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등에 대해 영화는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그 점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우리를 작가 이해의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실패한다.
영화를 포함한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고흐는 동료 작가인 고갱과의 다툼 끝에 자신의 귀를 자른 후 정신분열을 일으켜 결국 자살에 이른 괴팍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고흐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그의 작품을 바라볼 경우,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거친 붓질과 강렬한 원색에 대한 이해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흐가 불안한 심리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사산된 형의 사망일에 태어난 비극적 운명, 첫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우울증, 엄격한 양육태도를 견지했던 칼빈교파의 엄격한 목사였던 아버지 등 고흐는 유아기에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유아기에 부정적 경험을 겪은 고흐는 이후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와의 관계를 맺는데 연이어 실패한다. 그런 과정에서 쌓인 좌절감에 대한 탈출구를 고흐는 미술에서 찾았다.
색채심리의 측면에서 노랑색은 일반적으로 유아기의 행복감과 희망을 상징하는데, 그런 점에서 자신의 아를르 방을 그린 그림과 해바라기 그림 등 고흐의 많은 작품의 주조색인 노랑색은 작가의 모성성에 대한 그리움을 무의식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결국 고흐에게 그림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텨주던 힘이었던 것이다.
고흐 외에도 많은 작가들은 온전히 미적인 가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겪어야 했던 심적인 갈등과 불안, 온갖 형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에서 미술 작업에 매진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세르비아 출신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구 유고슬라비아 레지스탕스 출신 부모님의 부부 갈등과 별거, 유아기 어머니의 결벽적 양육방식, 체벌에 따른 피와 어둠에 대한 트라우마 등 마리나는 가족의 애정 결핍에 대한 도피처를 미술에서 찾았다. 피와 공포, 죽음이라는 육체적인 고통과 위험을 직접 자신의 몸을 통해 실행함으로써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와 재직면하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작가는 반복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 나아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안전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는다.
우리는 작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미술이 미적인 가치 이면에 작가 자신의 맨살을 감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인식을 통해 상처 입은 고통과 슬픔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작가의 치열하고 간절한 몸짓에 공감하게 된다.
김승환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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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들의 전기를 다룬 영화의 출현과 함께 대중들의 미술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데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내에 한 작가의 일생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대중의 흥미를 끌려다보니 영화 속에 비친 미술가들의 삶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대체로 불안한 정신의 소유자이거나, 알코올 중독자, 변태 성욕자 등의 굴곡지고 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미술가들은 정말 그런 삶을 살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왜 그런 삶을 선택해야 했으며, 그의 삶과 작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등에 대해 영화는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그 점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우리를 작가 이해의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실패한다.
영화를 포함한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고흐는 동료 작가인 고갱과의 다툼 끝에 자신의 귀를 자른 후 정신분열을 일으켜 결국 자살에 이른 괴팍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고흐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그의 작품을 바라볼 경우,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거친 붓질과 강렬한 원색에 대한 이해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흐가 불안한 심리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사산된 형의 사망일에 태어난 비극적 운명, 첫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우울증, 엄격한 양육태도를 견지했던 칼빈교파의 엄격한 목사였던 아버지 등 고흐는 유아기에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유아기에 부정적 경험을 겪은 고흐는 이후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와의 관계를 맺는데 연이어 실패한다. 그런 과정에서 쌓인 좌절감에 대한 탈출구를 고흐는 미술에서 찾았다.
색채심리의 측면에서 노랑색은 일반적으로 유아기의 행복감과 희망을 상징하는데, 그런 점에서 자신의 아를르 방을 그린 그림과 해바라기 그림 등 고흐의 많은 작품의 주조색인 노랑색은 작가의 모성성에 대한 그리움을 무의식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결국 고흐에게 그림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텨주던 힘이었던 것이다.
고흐 외에도 많은 작가들은 온전히 미적인 가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겪어야 했던 심적인 갈등과 불안, 온갖 형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에서 미술 작업에 매진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세르비아 출신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구 유고슬라비아 레지스탕스 출신 부모님의 부부 갈등과 별거, 유아기 어머니의 결벽적 양육방식, 체벌에 따른 피와 어둠에 대한 트라우마 등 마리나는 가족의 애정 결핍에 대한 도피처를 미술에서 찾았다. 피와 공포, 죽음이라는 육체적인 고통과 위험을 직접 자신의 몸을 통해 실행함으로써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와 재직면하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작가는 반복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 나아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안전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는다.
우리는 작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미술이 미적인 가치 이면에 작가 자신의 맨살을 감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인식을 통해 상처 입은 고통과 슬픔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작가의 치열하고 간절한 몸짓에 공감하게 된다.
김승환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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