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비싼가격과 짧은 주행거리 개선땐 시장성은 충분할듯
언제쯤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을까. BMW가 내놓은 첫 번째 순수 전기차인 BMW i3는 전기차 대중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략적으로 출시된 차다. 특히 이 차는 현재 국내 유통 친환경차 중 유일하게 전기차 전용으로만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 기아차 쏘울EV 등 다른 차종은 기존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용으로 개조한 개념인 만큼 BMW i3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전에 르노삼성차 SM3 Z.E.와 쏘울EV, 한국GM 스파크EV 등을 모두 타봤던 만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이 차를 맞이했다. 기대는 탁월한 정숙성과 가속능력이고, 두려움은 주행 거리의 압박이다.첫인상은 역시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인 만큼 강렬했다. 강렬한 오렌지색 차체의 보닛과 안개등 주위에 검은색을 입혀 두가지 색감이 세련되게 어우러졌는데, 다만 이미지로 볼 때와는 달리 날렵함은 좀 덜했다. 날렵함을 잃은 대신 실내 공간을 더 여유있게 만든 것이다. 실내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원목과 가죽, 직물 등을 대거 사용, 친환경차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줬다. 이 차는 또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신소재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초경량 소재를 대거 사용해 무게를 낮췄다. 운전석 전면부에는 5.5인치 디스플레이가 가운데 달렸고, 그 외에는 오히려 기존 내연기관 차보다 간결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됐다. 스티어링휠 뒤에는 속도와 남은 주행거리를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계기판이 달려 있었다.
시동을 걸었더니 역시나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단 이 차가 다른 전기차와 다른 점은 제동 성능이 너무 강력했다. 변속 레버를 주행에 놓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차가 움직이지 않았으며, 내리막 주행 중 관성주행을 하려고 모든 페달에서 발을 떼자 마치 급브레이크를 밟은 듯 주행 속도가 빠르게 줄었다. 주행거리를 늘리려 자체 충전 모터를 워낙 강력하게 걸어놓다 보니 자동차 바퀴에 걸리는 기본적인 저항이 워낙 큰 듯했다. 대신 차를 빠르게 주행시킨 뒤 관성주행을 하자 주행거리가 오히려 늘어났다. 이 역시 다른 전기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그래도 내연기관차의 관성주행 습관에 익숙한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다. 가속 능력 역시 여느 전기차 못지 않았다. 이 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7.2초에 불과하다. 이 차의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나 안타까운 주행거리와 너무 비싼 가격이다. 완충했음에도 출발하자마자 주행가능 거리가 105㎞로 찍혔다. 이 차의 공식 주행거리인 132㎞를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먼 길을 떠났다간 다시 돌아오기 힘든 주행거리다. 6400만~6900만원(전기차 보조금 제외)의 가격 역시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환경을 아끼고 싶어도 당장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 차의 주행거리가 200㎞만 넘고, 보조금 2300만원(제주도 기준) 지원을 받아 2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면 이 차의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리라 본다. 물론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정책적인 문제인 만큼 차에 책임을 물을 것은 아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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