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독자개발 ‘뉴 쎄타-i 엔진’탁월한 주행성능 선보여
서른 살을 넘기고 나니 원숙미가 더해졌다. 터보답지 않은 터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던 과거의 설움을 모두 날리기에도 충분했다. 현대차가 칼을 갈고 새롭게 선보인 '쏘나타 2.0 터보'를 두고 한 말이다. 한때 대한민국 중산층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중차에서 레이싱 서킷에서 어울릴 법한 모습으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얼핏 보기에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존 LF쏘나타와 같지만, 곳곳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뒷면 오른쪽에 양각으로 새겨진 'sport 20T' 엠블럼이 우선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그 위아래로는 트렁크 상단의 리어 스포일러와 두 개씩 양쪽으로 탑재된 듀얼 트윈 머플러가 터보 모델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전면부에는 무광의 검정 범퍼 가니쉬를 적용해 겉으로 보이는 날렵함을 강조했다. 차 안으로 들어가니 검정색 바탕에 오렌지색 스티치가 깔끔하게 둘러 진 버킷형 가죽시트가 온몸을 감싸준다. 달리기에 적합한 조임이다. 가죽으로 감싼 D컷 스티어링 휠에 무광 크롬 패들시프트 역시 스포츠 세단임을 강조한 요소들이다. 시동을 거니 엔진 배기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평소 같으면 칭찬할 일이나 터보 모델임을 인지한 상태에서는 아쉬움이 먼저 든다. 중저음의 웅장한 배기음은 스포츠 세단에 있어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운전자 중에는 브랜드별 특수 배기음만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쏘나타 터보에 탑재된 '뉴 쎄타-i 2.0 터보 GDi 엔진'은 현대차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연료 직분사 방식과 터보차저를 통해 고성능·친환경성을 동시에 실현한 현대차의 차세대 주력 엔진이다. 이를 통해 쏘나타 터보는 최고출력 245마력과 최대토크 36.0㎏·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YF쏘나타 2.0 터보 모델(271마력, 37.2㎏·m)과 비교해 출력과 토크가 각각 10%, 3.3% 떨어졌지만,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를 1750~4500rpm에서 1350~4000rpm으로 낮춰 실용 영역에서의 가속감을 개선했다.
강력해진 힘에 걸맞게 자를 멈추는 제동능력도 강화된 듯하다. 시승 당시 차량 한계속도로 달리고 있던 와중에 옆 차선으로부터 갑자기 속도를 멈추면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 때문에 앞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재빨리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페달을 밟을 일이 생겼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차는 조금의 밀림이나 뒷면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하게 멈춰 섰다. 동석자 역시 쏘나타 터보의 제동 응답성에 엄지를 세웠다. 현대차는 기존 쏘나타 모델의 제동성능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LF 2.0 터보 앞바퀴에 17인치 대구경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시승 결과 트림에 나타난 ℓ당 5㎞대에 지나지 않는 연비와 기본형 모델보다 150만원 비싼 가격을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현대차는 이번 터모 모델은 선보이면서 판매목표 역시 연간 5000대 수준으로 낮게 잡았다. 그러면서 운전을 즐거움을 찾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충분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함께 표출했다. 먼저 출시된 북미시장에서는 쏘나타 전체 판매량의 25%가 터보 모델일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국내에도 튜닝 열풍과 함께 고성능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가격이나 연비가 아닌 주행성능의 우수성만으로 쏘나타 터보가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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