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렐사 오디오 압권 … 최첨단 편의사양도 풍성
혼다의 고급 브랜드 아큐라의 첫 모델로 1986년 태어난 '레전드'는 올해로 서른 살이 됐다. 국내에는 과거 1994년 대우자동차가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 2세대 레전드를 조립 생산한 적이 있는데, 정식으로 수입한 건 2006년 4세대 모델이 처음이다. 아큐라가 아닌 대중적인 혼다로 들어왔지만 5세대로 넘어오면서 더 성숙해진 레전드의 고급스러움을 숨길 수는 없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휠 베이스와 전폭은 늘어나고 전고는 낮아졌다. 부피를 날렵하게 키우면서 뒷좌석 탑승자를 우선시하는 국내 대형차와 달리 '달리는' 고급차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얼굴에는 화려한 액세서리를 추가했다. 10개의 LED로 구성한 프리미엄 헤드램프 '쥬얼 아이(Jewel Eye) LED(발광다이오드)헤드램프'가 그것이다. 이 독특한 헤드램프는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주는 동시에 주위의 이목을 확실히 잡아끈다. 좌우 각각 8개의 광학 렌즈는 0도, 7도, 14도, 21도의 다른 범위를 비춰 구불구불한 도로나 시가지 주행에서 구석구석까지 빛을 전달한다.
부드러운 고급 밀나노 가죽을 시트와 대시보드 하단, 센터콘솔 등에 씌운 인테리어도 레전드의 고급스러움을 배가한다. 앞좌석은 메모리 기능과 통풍 시트를 갖춰 편의성을 높였다. 뒷좌석은 독립 에어컨을 비롯해 시트 열선과 측후면 커튼을 적용해 탑승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슬라이딩과 좌우 개폐가 가능한 대용량 콘솔 박스와 암호로 제어가 가능한 전동 개폐식 글로브박스도 차별화한 수납공간으로 눈길을 끈다.무엇보다 실내 편의사양 중에선 고급 오디오로 정평이 나 있는 크렐(Krell)사의 오디오 시스템을 주목해야 한다. 크렐은 4년에 걸쳐 레전드에 적합한 음향 구조를 재단했다. 돔 형태의 트위터 6개를 A필러, 뒷문, 후면 데크에 내장했고 3.1인치 스피커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중앙 상단에, 6.7인치 우퍼 6개는 문짝과 후면 데크에 놨다. 여기에 8인치 서브우퍼가 후면 데크 중앙에 들어간다. 오케스트라를 통째로 차 안으로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음질은 오디오에 민감한 고객을 만족하게 하기 충분하다.
날렵한 외관 디자인에 걸맞게 주행감 역시 스포티하다. 작은 직경의 스티어링 휠과 시프트 패들은 이미 달릴 마음이 충분하다는 뜻을 드러낸다. 레전드는 V6 3.5ℓ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6㎏·m의 힘을 낸다. 여기에 세계 최초로 탑재한 4륜 정밀 조향기술(P-AWS)을 통해 코너링이나 차선변경, 제동 시마다 상황에 맞게 안정적인 차체 제어가 가능하다.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지만, 두꺼운 방음 유리와 노면이나 엔진 소음과 유사한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액티브 사운드 콘트롤 기술을 통해 소음을 확실히 잡아냈다. 차체와 서스펜션을 연결하는 서브프레임은 진동 저감 설계를 적용했다. 달리기에만 특화한 것만이 아니라 고급 대형차에 걸맞은 승차감과 정숙성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최첨단 편의사양도 풍부하다. 차간 거리 및 속도 맞춰 주행하는 저속추종시스템(LFS)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보조시스템, 브레이크를 직접 제어하는 추돌경감제동시스템(CMBS), 사각지대 경보 등을 적용했다. 다양한 화면 구성을 통해 사각지대 없이 차량 주변의 공간을 볼 수 있는 멀티뷰 카메라 시스템은 특히 칭찬할 만하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어라운드뷰 시스템을 통틀어 가장 선명하면서도 다양한 각도를 제공해 좁은 공간이나 주차 시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차량 가격은 6480만원이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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