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는 연비 좋지만 오염물질 배출서 불리
미국시장서 점유율 높이려 넘지 말아야할 선 넘어
일등 되는 길은 험하지만 원칙대로 경쟁해야
![[시론] 폭스바겐 추락이 주는 교훈](http://contents.dt.co.kr/images/201510/2015102102102351607001[1].jpg?var=2700 "[시론] 폭스바겐 추락이 주는 교훈")
폭스바겐(VW)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디젤승용차에 일종의 속임수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가 발각되어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하고 리콜 및 벌금과 소송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처지에 놓였다. 공인 시험을 할 때는 배기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해 질소산화물이 낮게 나오지만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최대 40배 정도 더 배출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그동안 클린디젤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디젤승용차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디젤승용차의 좋은 연비를 강조하던 VW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차의 성능과 연비도 좋아야 하고 배기오염물질의 배출도 최소화해야 한다. 각 나라의 배출량 규제가 다르며 규제치도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고 있어 잠시도 쉴 새가 없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미국,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는 규제가 강하기로 유명해 그 규제를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가솔린승용차와 디젤승용차에 대해 동일한 배기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디젤승용차에 대해 더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보다 디젤승용차의 규제가 훨씬 강하다.
디젤승용차는 가솔린승용차에 비해 연비가 좋은 장점이 있는 방면 오염물질 배출면에서 불리하다. 디젤엔진은 연소실안의 높은 온도의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분사하여 연소를 시키기 때문에 연료와 공기의 혼합이 어렵고 검댕이라고 부르는 입자들을 배출한다. 다행히 DPF라고 부르는 필터가 개발되어 이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
그러나 디젤연소는 산소농도도 높고 온도도 높은 상태에서 연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발생한다. 질소와 산소가 원자상태로 깨지면서 화학 반응해 질소산화물인 NO와 NO2가 발생한다(이를 합하여 NOx(녹스)라고 한다). VW사태에서 문제가 된 것이 바로 이 NOx이다. NOx를 줄이는 방법에는 생성부터 줄이는 방법인 EGR과 일단 생성된 후 이를 화학적으로 환원(산소를 분리시킴)하는 방법인 LNT와 SCR이 있다.
연소 과정에서 줄이는 방법에는 배기재순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이 쓰인다. 배출되는 연소가스에는 산소가 적고 물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원소들이 많아 이를 흡기에 다시 공급하면 흡기의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연소도 덜 활발해져 온도를 낮출 수 있어 NOx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연소 후에 배기의 NOx를 줄이는 방법에는 LNT(Lean NOx Trap)과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라는 방법이 있다. LNT는 나오는 NOx를 촉매에 잠깐 저장했다가 연료성분을 이용해 환원하는 것이고 SCR은 urea(요소수)를 이용하여 암모니아를 만들어 환원제로 사용하는 장치다. VW의 디젤엔진에서는 이들 세 가지 방법을 각 차량과 판매국가의 배기규제에 따라 조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상대적으로 소형차량에서는 LNT를 사용하고 대형에서는 SCR을 사용한다.
이미 VW은 이들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속임수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실도로주행에서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예를 들어 LNT에서 NOx를 없애려면 환원제로 연료를 추가로 공급해야 하는데 그러면 연비가 나빠진다. 더군다나 연료에 황 성분이 있는 경우 촉매의 백금성분이 피독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재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온상태를 만들어야 하고 연료소비가 더 증가한다.
실제도로에서 측정하면 바로 드러날 것이 뻔한 데 이런 짓을 한 이유는 아마도 미국 시장에서 유난히 고전하는 VW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이고 속임수를 쓰다 보니 전 세계에 파는 디젤승용차에 적용했을 확률이 크다.
VW은 이미 유럽에서만 850만만 대를 리콜하기로 하는 등 전 세계에서 1100만대 정도를 리콜할 것으로 예상된다. VW이 연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에 맞추겠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속임수 소프트웨어를 삭제할 경우 환원제로 쓰는 연료나 요소수의 사용이 늘 텐데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VW의 속임수로 인한 불신은 비단 VW 한 회사 만에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 회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됐다. 필자도 여러 사람한테서 과연 VW만이 그런 속임수를 썼을까 하는 질문을 받는다. 다른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상식이 있어 그런 속임수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은 남는다.
자동차 회사의 생산량이 연 1000만대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대량 리콜이 발생하고 있다. 도요타가 브레이크문제로 또 GM이 점화스위치 문제로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VW의 차례다.
한국의 토종기업인 현대기아차도 850만 대 생산에 육박하는데 세계경쟁이 비록 치열하고 일등이 되는 길은 험난하지만 원칙을 어기지 말고 당당하게 경쟁하여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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