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조병익 교수 공동연구팀, 2만℃ 구리 전자구조 등 규명
지구 중심부나 별의 내부와 같은 수천∼수백만℃의 '초고온'과 수백∼수천만 기압의 '초고압'의 극한 상태에서 물질의 새로운 성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조병익 물리·광과학과 교수(사진)팀은 미국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와 초고속 엑스선 기법을 이용해 2만℃로 가열된 구리의 전자 구조와 열역학적 성질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초고온·초고압의 극한 상태에서 물질의 성질을 밝히는 일은 별과 행성의 생성과 진화 같은 기초과학의 근본적 질문에서부터, 핵융합 에너지, 신물성 연구 같은 미래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극한 상태를 만들어 유지하면서 물성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이론연구가 아닌 실제 실험을 통한 검증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고출력의 극초단 레이저를 구리에 주사해 10조분의 1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온도를 2만℃ 이상으로 높였다. 이렇게 생성된 초고온의 극한 상태는 약 1000억분의 1초 동안만 유지되는데, 연구팀은 초고속 엑스선 흡수 분광 기법을 이용해 약 1조분의 1초 단위로 전자구조의 변화와 전자 비열, 전자·포논 결합 등의 물성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초고온 상태에서 구리의 비열과 전자·포논 상호작용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3∼6배 이상 증가했으며, 극한 상태에서 열역학적 물성은 기존의 물리학적 지식이 아닌 새로운 전자구조 계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병익 교수는 "지구 상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극한 상태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것"이라며 "철이나 니켈과 같은 지구 중심부 물질이나 초고밀도의 수소 연료나 수퍼다이아몬드에 대한 물성 연구를 통해 행성 진화 과정, 신물질 개발 연구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익 교수가 주도하고 미국의 UC 버클리,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스탠퍼드대학교 가속기센터가 참여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SRC)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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