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디지털인문학] AI가 풀어야할 `윤리적 사명`](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902102251607001[1].jpg?var=5712 "[디지털인문학] AI가 풀어야할 `윤리적 사명`")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사건이 일으킨 파장은 엄청났다. 정부는 급히 3조원을 투자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또 어떤 쪽에서 이세돌을 조명하며 그의 인간 승리를 예찬하고 바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건에서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을 알파고도 이세돌도 아니었다. 그는 바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 바로 아자황이었다. 알파고가 지시하는 대로 바둑돌을 놓은 아자황. 그는 전혀 존재감이 없는 존재였지만, 그는 사실 인간의 미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장 주목해야할 존재였다. 만일 알파고와 같은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인간의 미래는 아자황의 모습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자황은 그 자체 아무런 존재의미가 없다. 그는 다만 알파고의 아바타로만 존재했다. 우리는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아바타라는 영화에서 보듯 우리는 미래에 우리의 아바타를 만들어 사이버세계나 실재세계에 나를 대신해서 운용할 수 있다고. 그러나 미래는 정 반대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아자황의 존재에서 폭로된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이며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을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낙관하고 외면한다고 아자황처럼 전혀 존재의미 없이 아바타로만 존재하는 인간의 미래가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처럼 인공지능이 기술중심적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적 성능을 급속히 증강시키는 목적에 집착한다면, 인간의 미래운명은 아무 존재의미가 없는 존재자이다.
인공지능과 모든 첨단기술은 인간과의 상호작용를 고려하며 개발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 기술이 적응형 자동화(adaptive automation)이다. 적응형 자동화는 인공지능에 의한 완전자동화와 같이 인간을 일로부터 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친 인간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인공지능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즉 기계에 설치된 인공지능이 그 기계로 작업하는 인간의 일하는 방식을 모니터하다가 과업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개입해 힘든 일을 대신 처리해 주거나 기계의 작동방식을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조정한다. 이렇게 하면 인간은 과부하에 걸리거나 기계에 또 다른 부품으로 종속되지 않고 몰입을 지속하며 삶을 성취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이제 기술 개발의 최우선 목표는 적응 자동화와 같은 방향에서 인간에게 몸과 함께 삶의 성취를 제공하는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자신의 삶을 성취하기 위해 일을 하기에 필요로 하는 것이다. 즉 기술은 인간과 일을 매개해 인간의 실존적 삶을 미래로 성취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인간을 좀 더 지능적으로 바람직하게 중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에 주어진 일종의 윤리적 사명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가 제안한 기술발전의 방향전환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분간 최근 일어나고 있는 4차산업 혁명은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과 효율성에 의한 비용절감에 집착하며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발전과 인간의 일자리가 반비례 관계에 진입하는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불가피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들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4차산업혁명은 따라서 인간들이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성취감 그리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필요로 한다.
4차산업혁명은 기술적 혁신과 더불어 기존의 경제적 금전적 가치 중심의 사회로부터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보다 유연한 사회로 이행하는 사회적 혁신을 필요로 한다. 일례로 온라인으로 실행되는 사회적 기여 보상제도 도입은 4차산업혁명이 수반할 기술적 실업을 극복하는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다. IT는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인정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개인의 행적이 실시간으로 로그인되는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완성되면, 특정개인이나 집단에 의한 조작이 거의 불가능한 신뢰도 높은 디지털 사회적 기여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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