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DT광장] 해외 콘텐츠 사업자 `무임승차`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602102351104001[1].jpg?var=4540 "[DT광장] 해외 콘텐츠 사업자 `무임승차` 안된다")
최근 모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동영상이 잘 구동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용자에게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망이 문제인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페이스북이 해당 초고속인터넷사업자에 대한 자사의 국내 서버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초고속인터넷사업자는 임시방편으로 홍콩에 있는 페이스북 서버에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나, 국내 서버 접속과 달리 해외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관계로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불가피하게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페이스북이 국내 서버 접속을 끊은 배경은 이렇다. 페이스북은 늘어나는 자사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서버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 해당 국가 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사 서버를 해당 국가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 망에 설치하고 있다. 최근 국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이러한 서버 설치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국내 인터넷 망에 대한 사용료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초고속인터넷사업자는 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한다고 대립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신들도 해외에서 한국까지 콘텐츠를 끌어오는 비용이 있고 서버 제공을 하는 만큼,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같은 지위의 사업자로 간주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국내법상 엄연히 콘텐츠 사업자다. 비록 페이스북이 자사의 콘텐츠 품질의 안정성을 위해 해저케이블을 각 나라의 현관까지 연결하고 있고, 해외에서 각 나라에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일부 포설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 자사 콘텐츠의 안정적인 유통을 통해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인 투자일 뿐이며, 초고속인터넷사업자로 사업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초고속인터넷사업자에게 서버 설치 비용 및 인터넷 망 이용료을 지불하면서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업형태임으로 감안할 때, 페이스북의 요구는 다른 콘텐츠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자사 서비스 확산을 위한 서버를 국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 망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오히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망까지 무료로 쓰겠다는 것은 인기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글로벌 독점기업의 횡포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페이스북 이슈를 계기로 향후 동영상보다도 용량이 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대중화될 경우 이에 대한 망 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의 투자에만 의존하고 맡겨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트래픽을 과다하게 발생시키는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사업자에게 적절한 망이용료를 지불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인터넷망 구축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ICT 강국으로 불리고 있으나, 그 위상에 걸맞게끔 글로벌 ICT 정책을 선도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방통위가 지난 22일 페이스북의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을 점검키로 한 사실은 글로벌 독점기업과 국내 인터넷망사업자간의 공정한 거래관계에 대한 정책을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잘 갖춰진 유무선 인터넷망은 ICT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며 SOC와도 같다.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생태계는 발전하지 못한다는 진리는 ICT 생태계에서도 유효한 만큼 방통위 등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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