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원통형 - 폴리머 - 각형으로 분류 … 커브드·플렉서블 속속 개발
1932년 이라크 유적서 '항아리 닮은' 가장 오래된 배터리 발견
'동물전기 논쟁' 전지 개발 계기… 볼타전지 발명 후 개발 속도
"웨어러블 기기 등 IT기기 다양화로 앞으로 활용성 더 커질 듯"
스마트폰과 노트북PC, 태블릿PC, 청소기 등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기에 배터리는 꼭 필요한 제품으로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배터리의 최초 모습에서 현재까지 알아보겠습니다.
최초의 배터리 모습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터리의 이름은 '바그다드(Baghdad) 배터리'라고 합니다. 이 배터리의 명칭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근교의 유적에서 1932년 발견됐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바그다드 배터리의 높이는 약 14㎝, 지름 약 8㎝로, 모양은 작은 항아리를 닮았습니다. 이 항아리 안에 원통형 구리판을 넣고 중심에 철봉을 꽂아 전체를 아스팔트로 고정해 밀봉한 구조를 갖췄습니다.
또 원통형 구리판 안에 특정 액체의 흔적이 발견돼 배터리로 추정되는 근거가 됐습니다. 이 액체는 포도로 만든 식초로 추측됐습니다. 구리판이 양극 역할을, 철봉이 음극 역할을, 식초가 전해액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2000년 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이 배터리의 용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전기도금에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전지 개발의 계기가 된 것은 '동물전기'입니다.
1780년께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생물학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는 개구리를 해부하다가 놀라운 현상을 발견합니다. 철봉에 매단 개구리 다리에 황동 철사를 가까이 댔더니 개구리 다리가 꿈틀거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갈바니는 개구리 다리가 어떤 자극을 받으면 전기가 흘러 근육이 움직인다며 이 에너지에 '동물전기'라는 이름을 짓고 1791년에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개구리 다리 안에 에너지가 존재한 것이 아니라 철과 황동이라는 금속과 개구리의 체액이 접촉하면서 전기를 발생했던 것이었습니다. 갈바니가 주장한 동물전기는 틀렸던 셈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볼타는 이 동물전기에 의문을 품고, 1800년 실험을 진행해 동물전기의 오류를 증명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배터리를 발명했고 유럽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갈바니의 동물전기는 틀렸지만, 그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금속과 개구리 체액이 전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발견했습니다. 이에 전기회로를 측정하는 전류계를 '갈바노미터(Galvanometer)'로 부르거나 두 종류의 금속이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자극을 '갈바닉 작용(Galvanic 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볼타는 갈바니와 동물전기로 논쟁을 벌이며 개구리 다리에 전기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금속과 금속 사이에 어떤 수용액이 연계해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볼타는 여러 가지 금속과 수용액을 사용해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은과 아연판 사이에 끼우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구리원판과 아연원판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종이를 끼워 겹겹이 쌓아 올리면 더욱 큰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증명해 이를 1800년에 발표했는데 이것이 '볼타 파일(Volta Pile)'입니다.
볼타는 소금물 대신 묽은 황산을 사용하면 더 큰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금속으로 실험을 반복해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볼타는 이 실험을 통해 전기가 통하려면 양극과 음극, 전해액 역할을 하는 재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배터리는 현재 원통형, 폴리머, 각형 등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원통형 배터리는 작지만, 출력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전력이 많이 필요한 제품에 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는 전동공구뿐만 아니라 로봇청소기와 전기자동차, 전기자전거 등에 많이 사용됩니다.
폴리머 배터리는 외관이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는 원통형이나 각형 배터리와 달리 연성이 있는 파우치로 만들어져 얇고 넓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용도에 따라 크기와 용량을 바꿀 수 있어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IT 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형 배터리는 납작한 알루미늄 캔 모양으로, 원통형 배터리보다 얇고 가벼워 휴대성을 요구하는 노트북PC와 휴대전화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가는 커브드 배터리, 플렉서블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IT기기가 다양해지는 만큼 배터리의 활용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슬기기자 seul@dt.co.kr
도움말= 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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