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사 3곳만 제도 도입… 국민연금 참여 여부에 촉각
문재인 대통령 실효성 향상 공약에
다수의 기관 투자사들 도입 고민중
금융위, 인센티브 도입 방안도 논의
753개사 지분 보유 국민연금 참여땐
타 공적 연기금·공제회로 확산 기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으로,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캐나다, 스위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선진국에서 운용중입니다.
스튜어드(Steward)란 단어는 서양에서 큰 저택의 집안일을 돌보고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를 뜻합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고객이 맡긴 돈을 굴리는 위탁관리인 이기에 고객 돈을 최선을 다해서 운용해야 한다는 규범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업지배구조원이 스튜어드십 코드 7대 원칙을 발표하면서 국내에 도입됐지만, 그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제도는 도입 했지만 세부적 가이드 라인과 유권해석이 내려지지 않아 아직 이 제도를 도입한 기관 투자자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와 이상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에 그치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7대 원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동안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 새 정부 출범하면서 다수의 기관 투자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인 만큼 참여 기관 투자사는 준수할 수 없는 원칙의 경우 반드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7대 원칙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공 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 회사에 대한 주기적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 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의 주기적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입니다.
지금까지 기관 투자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망설인 가장 큰 이유는 지분보유 공시의무, 이른바 '5%룰' 때문이었습니다. 5%룰을 지키려면 매매 종목을 수시로 공개해야 하는데 자산운용전략을 그대로 노출 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이런 공시 부담을 덜어주기로 하면서,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 투자사가 늘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8일 배포한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법령 해석집과 해설서에서 주식을 대량 보유한 기관 투자사의 공시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 투자사의 경우, 5% 이상 보유 중인 종목을 1%포인트 이상 거래하면 5영업일 이내에 보고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배포된 금융위 법령 해석집에는 특정 상장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해도 경영참여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변동이 있던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만 보고 하도록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아울러 지분 5% 이상 보유자가 회사나 임원에게 입장을 단순히 전달하거나 설명할 경우, 또는 회사나 임원에게 설명과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경우에는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기관 투자사 여럿이 협의한 뒤 같은 방향으로 투표해도 주식 공동 보유에 의한 5%룰 합산 보고를 할 필요가 없고 기관 투자사들이 동일한 자문기관을 이용,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도 주식 공동보유로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임원의 선임·해임, 회사 합병·분할, 회사 해산 또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의 직접 행사 등은 경영 참여에 해당해 5% 보고 의무가 엄격히 적용됐습니다.
금융위는 이번에 기관 투자사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획득한 상태에서는 일정 기간 해당 기업의 주식매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해석도 내렸지만, 해당 정보를 상장사나 기관 투자사가 공시한 뒤 거래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전에 작성된 상환 이행 계약서에 따른 처분이라면 해당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 매매임을 확인하고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연금 참여가 관건= 이처럼 금융당국이 주식을 대량 보유한 기관 투자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한 것은 기관 투자사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국내 증시에 100조원 넘게 투자한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할지 여부입니다. 753개사 지분을 보유한 국내 최대 기관 투자사인 국민연금이 참여한다면 다른 공적 연기금과 공제회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민연금 업무보고에서 "지난 정권의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동시에 가입자들의 실질적인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며 질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논란이 되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데 세부적인 안을 마련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기를 주문했습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육시설 확충이나 요양시설, 공공병원,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쓰일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심도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례에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하반기에는 더 많은 기관 투자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참여 투자사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방안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평상시 기업이 투자자와 대화하라는 것이 핵심 취지"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마구잡이로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과 경영상황에 대해 대화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아본 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등 공개적 활동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