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영업점 126개 → 25개로
성공땐 디지털금융 빨라질듯
지점 80% 단기간 통폐합 우려
시중은행 "대규모 축소 불가"
씨티은행이 7월부터 영업점을 대거 통폐합하는 동시에 고액 자산가를 위한 WM(자산관리)및 비대면채널을 확대하는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을 추진하면서, 타 시중은행들도 씨티은행의 실험이 성공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접점 확대 등 디지털금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전례가 없는 씨티은행의 시도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당초 계획했던 대로 126개 소매영업점을 25개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다음 달부터 진행한다. 씨티은행은 내달 7일 경기도 구리와 남양주, 서울 신설동 점포 폐점을 시작으로 영업점 통폐합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은 급격히 줄어드는 영업점을 대신해 스마트폰이나 PC 등 기기에 제한 없이 800여개 금융거래가 비대면으로 가능한 '씨티 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줄어드는 영업점을 대신해 소매금융 이용자를 인터넷뱅킹 서비스로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씨티은행은 금융거래의 95%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을 통한 금융거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지점 통폐합으로 인한 금융거래 불편을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들도 씨티은행의 이같은 파격적인 실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비대면채널 확대 등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면서도, 영업점 80% 이상을 단기간에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씨티은행의 시도를 의미 있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씨티은행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되면 다른 시중은행들도 디지털금융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씨티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은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리테일금융을 더욱 확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씨티은행처럼 과도하게 영업점을 줄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영업점 통폐합은 영업전략이라기보다는 리테일 부문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기존 모바일뱅킹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금융을 도입하는 동시에 점포 다양화 전략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씨티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한 해 100여개 이상 점포를 줄이고 있어 씨티은행의 시도를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시중은행들이 씨티은행처럼 과도하게 영업점을 줄이는 것을 똑같이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씨티은행 노사는 영업점 통폐합과 관련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노사가 서로 업무방해 가처분신청과 지점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씨티은행 노조는 사측의 점포 폐쇄 결정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 은행법 위반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조은국기자 ceg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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