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하 통신서비스만 초점
"국정위 논의기구 참석 대상"
"분리공시·국내외 가격비교 등
필요한 법 개정 등 추진할 것"
'완전 자급제' 도입 요구까지
새 정부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단말기 제조사도 통신비 인하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단말기 부담이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현재 통신비 인하안은 지나치게 통신서비스 요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단말기 제조사 역시 추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 참석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25일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면 (제조사도) 같이 들어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다만 참여 여부는 본인들 자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지속적 요구가 있었던 분리공시, 해외와 국내의 단말기 가격 비교공시 등은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여기서 결정되면 필요한 법 개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22일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 취약계층 대상 월 1만1000원의 추가 감면 혜택 제공, 2만원대 요금제서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신설 등을 담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단말기 제조사도 통신비 부담 경감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소비자가 통신요금 고지서에 명시된 금액 전부를 '통신비'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통신요금 고지서에는 통신서비스 요금뿐 아니라 단말기 할부금, 부가서비스 비용 등도 포함돼 있다.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서 열린 통신비 정책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쏟아졌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고지서에 청구하는 6만원 중 통신서비스는 3만3000원 뿐인데 소비자는 전체를 '통신비'로 인식한다"며 "휴대전화를 사는 것은 2년에 한 번 100만원짜리 가전을 사는 것으로, 통신비 부담 경감을 논의하면서 전체의 50%(통신서비스)만 논의하기에는 단말기 이슈가 너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충성 KT CR기획실 상무도 "통신비 부담의 중요 원인 중 하나는 단말기 비용"이라며 "단말 제조사가 소비자 단말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설문조사 결과 통신비 부담의 이유는 이통사 요금 56.4% 외에도 단말기 가격이 37.5%로,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논의기구나 추후 논의에 제조사 역시 당연히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완전 분리하는 '완전 자급제' 도입 요구까지 나왔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요금 고지서에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된 현재는 소비자가 (전체 통신비가) 비싸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완전 자급제로 전환해 통신서비스 개통은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 역시 "통신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이 단말기와 통신서비스가 결합된 것 때문"이라며 "해법의 출발점은 완전 자급제"라고 주장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생활비절감팀장)은 "민주당 미방위 의원들의 상당수가 통신은 통신끼리, 단말기는 단말기끼리 경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미방위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도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통신비 절감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고 의원은 "(통신비 절감은) 단말기도 뗄 수 없기 때문에 논의해야 마땅하다"면서도 "제조사 반발이 크고, 애플 등 해외 제조사 문제도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복수의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 논의 기구에 부르면 참석하겠지만, 아직 구체화한 게 없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출고가 인하를 염두에 둔다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고, 마케팅비도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난색을 표했다. 완전 자급제에 대해서도 "완전 자급제를 한다고 해도 제조사 간 경쟁이 일어나 단말기 출고가 내려갈지, 반대로 이통사 지원금이 없어져 단말기 구입 부담이 늘어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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