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국가 경제와 `리걸 마인드`

[ ] | 2017-07-17 18:00
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디지털산책] 국가 경제와 `리걸 마인드`

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사회가 한 사람의 법조인을 키워내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부 과정을 마쳐야만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고,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다. 법조인 한 명을 양성하는 데 20여 년의 시간과 학비가 드는 셈이다. 법조인은 사회가 만든다. 법률 수요에 맞춰 적절한 수급을 결정하고, 예비법조인들이 좋은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체제를 정비하며, 법률 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 사이에 매칭이 잘 될 수 있게 조정을 해야 비로소 좋은 법조인들을 양성할 수 있다. 공동체가 위와 같은 일을 하려면 예산을 많이 써야 한다. 어느 한 가정에서 사교육비를 많이 쏟아 붓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는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배출한 법조인들에게 명령한다. 변화하는 사회의 하부 구조와 상부 구조에 맞게 우리의 법과 제도를 손질해주기를. 과거에 유효했던 동성동본 금혼, 간통 처벌, 호주제, 야간집회 금지 등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동떨어진 제도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것을 명령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경제 민주화, 양성평등, 숙의 민주주의 등 새로운 사회적 목소리들이 공동체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할 것을 명령한다. 사회는 우리가 법과 제도라고 부르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칙'을 만들고, 적용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법조인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법조인들은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중요한 역할을 실수 없게 수행하기 위해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금과옥조로 삼아 길을 밝힌다. 리걸 마인드란 무엇인가. 논리칙과 경험칙? 아니면 법과 제도에 대한 해석 능력? 왜 법조인들은 리걸 마인드에 목숨을 거는 걸까.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 그들이 리걸 마인드에 의지하는 이유는 '문명'에 대한 경외에 있다. 문명의 요체는 '법과 제도'다. 법과 제도를 보면 어떤 종족이 어떤 문명을 축적해왔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리걸 마인드란, 문명의 요체를 통섭해 정확하고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감각이다.

그렇다면 리걸 마인드란 무엇을 위한 것이어야 할까? 공동체의 구성원인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운 좋게 힘 센 일부가 아닌, 힘없고 운 나쁜 다수를 지칭하는 것이어야 한다. 문명은 언제나 다양성과 포용성이 극도로 가동될 때 발전돼 왔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일부 천재나 몽상가들이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발견과 발명을 하고 공동체가 그것을 포용함으로써 도약할 수 있었다. 그 천재들과 몽상가들의 출신이 대부분 '힘없고 운 나쁜 다수'였음을 상기하자. 힘없고 운 나쁜 다수를 포용할수록, 전반적인 인간의 삶은 개선됐다. 이로써 인류는 더 진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때로 '리걸 마인드'라는 용어는 단순히 논리칙과 법제도에 대한 지식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그로 인해 현재의 법과 제도가 상당 부분 '힘 센 일부 사람들'의 산물이자 기록이라는 진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역사가 강자들의 기록인 것과 마찬가지로 리걸 마인드의 기초가 되는 법과 제도 또한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 따라서 법과 제도를 기초로 형성한 리걸 마인드가 '힘 센 일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고 법조인들 역시 때때로 망각하곤 한다. 사회가 자신들을 키워준 의미를, 자신들에게 역할을 맡긴 취지를.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착각하는 순간 재앙은 시작된다. 사회의 어둡고 구석진 곳에 방치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들어오는 반면, 재벌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것은 필요 이상으로 크게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법조인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리걸 마인드'에 따르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의심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분명 리걸 마인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를 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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