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김근호 박사팀 개발
'설진기' 국내 최초 상용화 성공
한의학연 제공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김근호 박사팀이 간접 조명과 격자 가이드라인, 깊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정확성과 재현성이 높으면서 3차원 입체 촬영이 가능한 '설 영상 측정장치(이하 설진기)'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설진은 혀의 색깔과 형태를 통해 건강상태와 병을 진단하는 한의학의 진찰 방법 중 하나다. 한의학에서 혀는 마음과 연관이 있고, 비위의 기능 상태가 나타나는 곳이어서 병의 진행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의료인의 경험과 지식 등 주관적 요인에 의존해야 하고, 조명 등 외부 환경에 의해 진단이 왜곡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장치는 직접 조명을 이용해 2차원 영상을 확보한 후 혀와 설태의 색깔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병을 진단했다.
연구팀은 혀 촬영 시 간접 조명을 이용해 타액으로 인한 혀 표면의 반사광을 최소화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였다. 또 혀 정면과 측면 가이드라인을 제시, 혀의 전·후·좌·우 위치를 정확하게 촬영해 혀의 색깔, 모양, 깊이, 두께 등 혀의 균형상태를 3차원 영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측정 장치는 4000여건의 설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질(설태가 끼지 않은 부위)과 설태(혀에 이끼처럼 덮인 물질) 색상, 설태량을 분석할 수 있고,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치흔(혀에 찍힌 이빨자국), 혀의 두께, 부피, 기울어짐 등도 측정해 혀를 통한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혀 진단 기술보다 수면 이상, 배변 장애,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월경통, 소화 불량, 만성피로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한 결과, 해당 질환과 혀 특성간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유럽통합학회지 등 국내외 학술지에 실렸다.
연구팀은 모바일 혀 영상 취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혀 영상정보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한 모바일 기반의 설진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김근호 한의학연 박사는 "혀의 3차원 입체정보 측정이 가능해져 질병 발생에 대한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이뤄지게 됐다"며 "앞으로 순환기계 질환과 대사성 질환 진단이 가능한 통합 설진 시스템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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