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땐 통신규제하더니… 퇴직후 이익단체 취업하는 고위공무원들

[ 강은성 기자 esther@ ] | 2017-08-13 18:00
방통위원장·미래부차관·1급 등
최근 3년간 '9명'이나 재취업
'3년간 취업제한' 규정에도 불구
윤리위 '승인' 특별한 사유 의문
KTOA·KAIT 역대 상근부회장
전원 고위공직자 출신 '비정상적'


현직땐 통신규제하더니… 퇴직후 이익단체 취업하는 고위공무원들

[디지털타임스 강은성기자]통신규제 당국의 차관과 1급 고위 공무원들이 최근 3년간 피규제기관인 통신사 이익단체나 업무 연관성이 밀접한 법무법인 등에 9명이나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디지털타임스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퇴직공무원단 취업심사 내역을 조사한 결과,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최재유 2차관, 방통송신위원회의 최성준 위원장(장관급), 김재홍 부위원장(차관급) 등 최고위공무원은 물론 규제 심사를 직접 진행하던 1급 고위 공무원들도 이익단체에 취업했다.

가장 최근에 퇴직한 최재유 전 미래부 2차관은 퇴직 2개월 만에 법무법인 세종에 취업했다. 세종은 현재 과기정통부 통신비 인하 방침에 반기를 든 통신사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최 전 차관 재직 당시에도 통신사의 법률 대리인으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에 관한 법률 대리인을 맡는가 하면 여러 가지 규제 심사 및 방통위 징계 심사 등에 적극 개입했던 대형 로펌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 후 3년간(2015년 3월 30일 이전 퇴직자는 2년)은 퇴직 전 5년 동안에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는 원칙적으로 취업할 수 없다. 기한 내 취업을 하려면 사전에 윤리위에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며, 재직 중에 직접 처리한 업무에 대해서는 퇴직 후에 취급할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 규정은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태 이면에 해운사와 해운규제 당국의 관피아 회전문 인사가 자리했다는 점이 지적을 받아 규제 당국 공직자의 피규제기관 재취업 제한을 대폭 강화하면서 마련한 조치다.

실제 조치 1년 동안은 통신당국 역시 관련 업계 재취업에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5년 4월부터는 퇴직자들이 줄줄이 이익단체 등에 취업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통신사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에 전직 규제당국 차관이 임원으로 취업하는 것을 윤리위가 '승인'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윤리위 측은 "심사 당시에는 세종이 통신사 법률 대리인으로 과기정통부에 소송을 진행할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시점"이라면서 "취업예정기관과 전직 차관 업무에 관련성이 일부 있다고 판단되지만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인정됐기 때문에 취업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업승인이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각호에 명기된 '공공의 이익', '전문성' 등을 인정받는 경우 재취업을 허락하는 명령을 말한다.

최근 3년간 미래부와 방통위를 퇴직한 고위공직자들도 대형 로펌이나 통신사 이익단체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통신사들의 대표 이익단체인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역대 상근부회장을 전원 고위공직자로 임명하고 있다. 이 단체의 회장은 명예직으로 통신 3사 중 한 곳의 대표가 돌아가며 담당하며, 상근부회장이 사실상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현 KTOA 상근부회장으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나봉하 부회장은 전 방통위 기획조정실장(1급)을 지낸 고위공무원이다.

나 부회장 이전 KTOA 상근 부회장은 설정선 전 방통위 융합정책실장(1급)이다. 설 부회장 이전에도 이재륜, 이승모, 윤석근, 고용갑 등 역대 상근부회장이 전원 정보통신부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또 다른 통신 관련 협단체 '정보통신진흥협회(KAIT)'도 역대 상근부회장이 전원 통신 규제당국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현 정용환 KAIT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전임 노영규, 황중연 전 상근부회장들도 모두 방통위와 정통부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각종 협·단체와 대형 로펌에 고위공직자가 갖가지 이유로 재취업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데, 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라면서 "이런 자리에 퇴직 공무원이 오게 되면 현직 공무원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물론, 퇴직을 앞둔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엄정한 공직 수행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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