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출범 한달여 지나도록
과학·연구개발·4차 산업혁명 관련
방향성 제대로 못잡고 미흡한 출발
"미래 먹거리·일자리 확보 전략도
통신비 인하 이슈 우선순위 밀려
'알맹이' 없고 법제 마련에 미흡"
■과기정통부ㆍ방통위 업무보고
[디지털타임스 강은성·남도영기자]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첫 정책토론회에서 국가 미래먹거리인 과학 및 연구개발 분야와 4차산업혁명 분야를 중점 정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과기정통부는 출범 이후 한달여간 해당 분야의 방향성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미흡한 출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엇박자 최소화"=22일 과기정통부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로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각 부처의 연간 업무계획을 '보고' 받는 자리를 가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변형해 부처의 중점 현안을 놓고 장관 및 실무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부처별로 계획된 업무보고 중 첫 번째로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와의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 전략에 대한 중요성과 국민 생활 밀접 사안인 통신 및 방송 서비스에 대한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과기정통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회복'과 '4차산업혁명시대 일자리 확보 방안' 두 가지다.
과학분야의 경우 역량 있는 연구자가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유공모 예산을 2배 확대해 현재 23% 수준인 연구비 수혜율을 2022년까지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번 3분기 중 다수 연구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기획 활성화, 과정존중 평가 도입 등 R&D 프로세스(기획→선정→평가→보상) 전반을 혁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선 대통령 공약사항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3분기 중 신설해 국가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연말까지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성장동력사업(19대 미래성장동력,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을 재검토하고 유형화해 관계부처 연계, 민간 참여방안을 포함한 육성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계획이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부 직군의 경우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분에 대해선 새로운 직무 분석에 기반한 중장기적 '일자리 변화 예측모델'을 개발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토론회 자리에서 "4차산업혁명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지식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고 기존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 및 전직을 지원해 일자리 미스매칭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한도, 전략도 부족=하지만 정작 이날 문 대통령에게 내보인 전략은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는 "(유영민)장관이 취임 후 통신비 인하라는 '숙제'를 해결하려고 대통령 보고 전에 통신비 인하 정책에만 매달린 느낌"이라며 "정작 이날 보고한 과학기술 혁신전략이나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경우 기재부 등 타 부처와의 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관련 법제역시 난맥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라는 역할이 무색하게 출범 이후 과학분야 업무 추진 내역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초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됐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을 넘어서지 못하고 낙마한 데 이어 연구개발 분야 예산을 혁신본부 내로 집중시킨다는 계획도 관련 법제 미흡으로 반쪽짜리 상태다.
유영민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비용 대비 편익 분석 등 경제성에 치중해 연구개발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던 'R&D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고, R&D 지출한도를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 설정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및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법제는 혁신본부 출범과 함께 이미 개정이 완료됐어야 하는 사안이다. 예산 편제 개편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은 당초 중소기업벤처부 신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명 변경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에 상정됐지만, 예산 권한 이전에 반대하고 나선 기재부 입김에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한 과학계 전문가는 "법안이 처리되려면 실무자들은 물론, 중요 사안의 경우 장·차관까지 나서서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과기정통부의 경우 출범 이후 한달간 '통신비 인하' 이슈에만 매달리다 보니 과학 관련 법제 등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형태"라고 지적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대한 방향성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유 장관은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혁신 기술 개발 전략과 일부 역기능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 정책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자체는 거창하지만, 그 실체는 9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었던 '산업-IT 융합 전략'에서 별로 발전된 것이 없다"면서 "특히 '4차산업혁명 주무부처'라는 역할을 부여받고도, 정작 실무 관련 업무권한은 '산업융합발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존치돼 있는 상황이어서 과기정통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만약 4차산업혁명에 대해 과기정통부가 주무부처 역할을 하려면 해당 법을 개정해 관련 업무 권한을 가져와야 하는데, '융합'이라는 특성상 특정 부처에서 처리하기보다 실무 부처에서 정책 저변에 녹여 실행하는 것이 적합하기 때문에 애당초 4차산업혁명을 과기정통부로 '떼어서' 처리한다는 발상부터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강은성·남도영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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