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제조사 모두 참여해야 실효
사실상 강제할 법적 근거 없어
삼성 "방침 따를것"… 애플 말아껴
"지원금 공시 해외 시장서 악영향"
[디지털타임스 강은성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실제 이행까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정부 방침을 따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실제 이행을 하려면 애플 아이폰 등 외산 제조사까지 모두 참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추진 중인 분리공시제는 외산 제조업체의 참여 및 글로벌 산업 특성상 국내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분리공시제는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제조업체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분리해 별도로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따라 보조금을 이용자들에게 공시하고 있지만, 제조업체는 이 의무에서 빠져있다. 방통위는 제조사 장려금(보조금)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투명하지 않아 불법 보조금이 판을 친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통신사 보조금뿐만 아니라 제조사 보조금도 투명하게 공시하라는 것이 '분리공시제'의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리공시제를 강행할 경우 적지 않은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외산 단말기 제조사와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분리공시를 시행하려면 대상 기업에 공시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처벌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단통법 초안에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에 모두 의무를 지울 수 있는 분리공시제가 포함돼 있다가 최종적으로는 누락되면서 현재로서는 분리공시제 시행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산 제조사에 대한 보조금 분리공시를 우리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는 분리공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전무는 이날 열린 갤럭시 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정부가 '전체적인' 시행방안을 가지고 있다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무의 이 같은 발언은 '행간'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언급한 '전체적인 시행방안'이라는 것은 결국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화웨이나 샤오미, 소니 등 외산 제조사들까지 분리공시를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애플 측은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기본적으로 애플은 제조사 리베이트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통신정책 전문가는 "삼성 등 제조사는 국내 시장 비중이 작고 글로벌 시장이 주 무대인 사업자들인데, 이들이 국내 통신사에 주는 지원금 규모를 공시한다면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단말기 공급 협상에서 대단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삼성이 해외 사업에 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지급하던 지원금 자체를 없애거나 대폭 줄여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비즈니스에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피해는 보조금 축소로 단말기 구매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도 "분리공시를 시행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 영향은 있다"면서 "(국내 시장은)글로벌 시장에서 비중이 5%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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