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SUV, 저렴한 가격·넓은 실내 장점
올 8만대 팔려… 4년새 판매 10배 증가
준중형차는 2012년 보다 판매 21% ↓
볼트 등 친환경차 늘었어도 부진 못면해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사회초년생의 '생애 첫 차'로 인기를 끌었던 준중형차들이 차종 다변화에도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그나마 있던 수요마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준중형차는 9만759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2% 줄어든 것이다.
이 집계에 포함된 준중형차는 현대차 아반떼, i30, 아이오닉과 기아차 K3, 르노삼성 SM3, 한국지엠 크루즈, 볼트(Volt와 Bolt) 등 7종이다. 지난해부터 아이오닉과 볼트 등 준중형 친환경 차종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판매량은 뒷걸음질 쳤다.
모델별로는 현대차 아반떼가 올 들어 8월까지 5만6562대가 팔려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0%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 K3는 1만8041대로, 28.70% 감소했다. 르노삼성 SM3 역시 3773대로, 39.50% 줄어들었다. 한국지엠 크루즈는 지난해보다 16.40% 증가한 6852대가 팔려나갔지만, 신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히려 비주력 차종들이 선방했지만, 판매량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차 i30와 아이오닉은 지난해보다 각각 198.60%, 9.60% 증가한 3177대, 7613대가 팔렸다. 한국지엠의 친환경차 볼트 역시 452대 판매에 불과했다.
준중형차의 몰락은 5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준중형차는 16만4014대가 팔렸는데 이는 2012년(19만2150대)과 비교해 21%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15.7%에서 10.4%로 쪼그라들었다. 준중형차는 2012년 20만7548대에서 지난해 16만4014대로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뒷걸음질쳤다.
반면 소형 SUV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실용성이 뛰어난 소형 SUV가 준중형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형 SUV 시장은 2013년 연간 1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역시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올 들어 8월까지 8만1352대를 판매해 지난해 판매량의 80% 가량을 채웠다. 앞으로 4개월이 더 남은 것을 고려하면 최대 12만대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 업체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소형 SUV 시장에 진출하면서 애초 경쟁 업체의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시장을 확대하는 촉진제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소형 SUV의 인기 비결로는 경제성 등 기존 준중형차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큰 차체와 넉넉한 실내 공간 등이 더해졌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최근 자동차 업계가 잇단 부진에 시달리면서 가격 책정도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동일 브랜드 내 소형 SUV가 준중형차의 판매량을 잠식하는 간섭효과도 한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지엠 트랙스의 가격은 1695만~2606만원으로, 크루즈의 가격(1690만~2349만원)과 비교해 불과 5만원의 차이를 나타냈다. 기아차 스토닉 역시 1895만~2265만원으로, K3의 가격(1800만~2113만원·경유차 기준)과 최하위 모델 기준 95만원에 불과하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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