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장관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영국·체코·사우디 수주지원 논의
국내서는 '안전' 이유로 폐기 추진
경쟁력 약화·국제사회 이미지 실추
상반된 원전정책 수출발목 '우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동시에 해외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제사회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고 있다. 또 '국민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해외 원전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무역보험공사,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가운데 '원전수출 전략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원전 수출여건 진단, 주요국별 대응 전략, 원전 금융 리스크 대책 등을 논의했다.
백 장관은 이날 협의회에서 영국,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대상으로 한 원전 수주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영국 원전 수출과 관련해선 이번 달 한국전력 사장과 산업부 국장이 영국을 방문해 현지 장관 면담, 국장급 양자회의를 통해 원전 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10~14일 체코 원전특사 방한을 계기로, 10일 한-체코 정부 고위급 면담과 원전 시찰 등을 통해 한국형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사우디 비전 2030 협의회'에서 백 장관과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이 만나 사우디 원전 사업에 대한 두 나라의 협력방안을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또 백 장관은 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전기술 등 원전 공기업,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금융기관, 두산중공업·현대건설 등 기자재와 시공업체 등에 원전 수주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2035년까지 영국은 3기가와트(GW), 체코는 1GW급 원전 건설을, 사우디는 2030년까지 2.8GW 원전 건설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된 원전 정책이 한국형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수원이 한국 원전 모델인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의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 유럽에 원전 수출 기반을 마련했지만, 국제 사회는 정작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나라(한국)가 자국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모습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는 한국형 APR 1400 모델이다. 이 모델을 유럽에 맞게 설계한 것이 이번 인증 본심사를 통과한 EU-APR이다.
국내 원전 전문가는 "국민 안전 등을 이유로 국내에선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국외에선 다른 나라 국민들의 안전은 등한시하는 '자가당착'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지진 위험성과 원전 밀집 등 국내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외 원전 수출과는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익성과 위험을 엄격히 따져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가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립기자 rib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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