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로봇의 발전, 미래직업이 다가온다

[ ] | 2017-10-11 18:00
최기영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

[DT광장] 로봇의 발전, 미래직업이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술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한다. 2007년 아이폰발표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낙관론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거론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 혁명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사뭇 다르다. 로봇이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든지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야깃거리가 그러하듯, 우리는 이 이야기의 다른 측면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생산 현장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사실에는 반문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어나는 상황은 이처럼 단순하고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먼저 우리는 로봇과 같은 기술 혁신이 고용을 활성화하고, 경우에 따라 전혀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의 65퍼센트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 1900년에 태어난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자라서 자동차 정비공이라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어떤 직업인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자라서 구직을 하던 시기에 자동차 정비는 대단한 인기 직종이 됐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역시 유사한 사례다. 1950년에 태어난 자녀의 부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꿈에도 그려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50년 뒤, 그들의 아이는 인생의 절반을 프로그래머로 살았거나 인터넷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창업에 투자하는 50대의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됐다. 2000년생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아이들이 2030년에 어떤 직업을 가질지는, 현재 우리로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이 생활 일부가 되는 미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이 미래에 대해, 우리는 온통 비관론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는 '컵에 물이 반밖에 차지 않았느냐, 아니면 반이나 찼느냐'와 같은 비관과 낙관 사이의 새로운 갑론을박이다. 그리고 낙관론의 상당 부분은 인간과 로봇의 협업 가능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협업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직업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비판의 중심에 있는 로봇, 즉 산업용 로봇이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기 훨씬 전부터 산업용 로봇을 사용해 왔다. 큰 팔 형태의 6축 로봇은 이미 자동차 부품 조립 공정에서 수십 년 간 사용됐다. 산업용 로봇의 발달은 바로 이러한 로봇에 보다 진보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는 로봇이 작동하도록 하는 뇌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인해 로봇이 더욱 똑똑해지고 우수한 성능을 갖게 되며, 인간과 로봇이 손쉽게 소통하고 더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제조 공정에서 볼 수 있는 로봇은 한 가지 작업을 수백만 번에 걸쳐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며, 높은 정확도로 입력된 작업을 반복 처리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도입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는 이와 현저히 다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는 로봇이 수백만 가지 작업을 한 번에 수행하도록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로봇을 이른바 '양날의 검'으로 보는 근거는 다름 아닌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에 있다. 올해 초,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인 바둑에서 인간을 꺾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바둑에서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많다. 따라서, 알파고는 대국에서 이기기 위해 직관력을 키워야 했다. 바로 이 직관력이라는 것이 로봇으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자 우리가 갖는 두려움의 실체이다. 알파고가 가진 직관력은 인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었으며, 실제로 대국에서 알파고가 내린 결정에 대해 담당 프로그래머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직관력' 덕분에 로봇은 지시사항 없이도 스스로 해답을 모색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인간이 원하는 바를 로봇에게 명령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명령을 수행하는 방법은 로봇 스스로가 찾아낼 것이다.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기능을 주도해 나갈 것이며, 기존의 로봇이 더욱 많은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사실, 이러한 로봇의 발달에서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공정의 자동화와 인력의 대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핵심은 바로 인간과 로봇의 협업, 즉 증강 인류에 대한 가능성에 있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보다 다양한 기술과 기능을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보다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간은 탁월한 환경 인지 능력과 신속한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로봇은 고도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동일한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데 뛰어나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할 때 더욱 다양한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기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화와 생산성 증대를 바탕으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이 동전의 한 면이라면, 능력이 증대될수록 수요도 증가한다는 또 다른 면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5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며, 마찬가지로 50년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수요의 변화에 맞춰 여전히 인간이 필요한 작업들도 존재한다. 작업 과정이 달라졌고, 이로 인해 예전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것 뿐이다.

로봇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수록 로봇 공학 분야는 더 많은 이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로봇은 이미 제조 분야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지만, 예술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그래비티'에서 무중력 상태를 묘사한 장면을 촬영하는 데 로봇이 사용된 바 있으며, 건축 및 건설 분야에서도 점차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3D 프린팅과 같은 적층 제조를 비롯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기술과 로봇의 결합 역시 대단히 유망한 분야라 할 수 있다.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물들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매우 작다. 반면 로봇은 크기가 크고 대규모 작업이 가능하다. 바로 여기에 규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 있다. 3D 프린팅을 통해 생산된 여러 가지 부품을 사용해 건물처럼 거대한 구조물을 정밀하게 조립할 수 있다. 실제로, Mx3D는 디지털 디자인 기술과 로봇 공학, 그리고 기존의 산업 생산 방식 등을 결합해 암스테르담 중심부에서 수로 위를 지나가는 교량을 건설함으로써 대규모 기능성 사물의 3D 프린팅 가능성을 제시했다.

용접이나 부품 조립 같은 표준화된 작업들을 수행하는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암스테르담 교량 프로젝트에 투입된 6축 로봇은 지지대 없이 공중은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 금속을 3D 프린팅할 수 있다. 즉, 로봇이 다리를 직접 건너가면서 교량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 팩토리를 활용하는 소량 제작 중심의 자동차 제조사 '로컬 모터스' 역시 이러한 생산 방식의 변화를 대표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일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수 천 개에서 수 백만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과거의 방식이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소위 기술의 민주화라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로봇 공학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가격 합리성을 갖춘다면, 기존에 대기업만 제작 가능했던 높은 품질과 정확성을 갖춘 제품을 소규모 기업도 제작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제조의 현지화 및 국산화를 촉진하는 등,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는 중대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 이는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우울하고 암울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놀라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 또한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걱정보다는 어떻게 로봇과 공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이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의 모바일 암흑기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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