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늙어가는 이탈리아`가 보여 주는 것

[ ] | 2017-10-11 18:00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시론] `늙어가는 이탈리아`가 보여 주는 것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7월에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1180달러로 이탈리아의 3만942달러를 추월할 전망이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선진 7개국(G7)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1인당 소득수준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서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주요 경제와 사회 지표를 비교해 보자. 우리가 잘 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탈리아가 G7 국가 중 가장 뒤처지고 있는 이유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이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500'에 속하는 기업의 수가 8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132개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글로벌 500대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이 51개, 독일과 영국·프랑스가 20여개, 캐나다가 11개 기업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무려 109개로 일본의 2배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대로 선방하면서 15개를 보유, 이탈리아의 2배에 가깝다.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1등 기업이 시장을 독식(Winner takes it all)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전쟁의 최전선에서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대기업들이 많은 나라가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덩치에 비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국가경쟁력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경쟁력 순위를 집계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곳. 우리나라는 경제규모(GDP)에서 세계 11~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가경쟁력은 각각 26위(WEF)와 29위(IMD)에 머물고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 9위의 GDP로 10위권 내에 들지만 국가경쟁력은 각각 43위(WEF), 44위(IMD)로 G7 국가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보다도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덩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규제와 부패 때문이 아닐까?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Index of Economic Freedom)에서 우리나라는 23위, 이탈리아는 79위에 머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우리나라는 53위, 이탈리아는 6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두 나라에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와 만연한 부패가 경제 및 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의 인구구조에서도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고령화비율, 즉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1.5%에 달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일본, 독일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올해 8월에 고령화비율이 14%를 넘어서는 등 상대적으로 젊은 나라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령화 진행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서 2025년이면 고령화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국가로 진입한 전망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이 1.44명인 반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1.04명으로 사상최저수준으로 급락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서 2020년대에 가면 한 해에 20~30만 명씩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고령화의 영향으로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보다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는 명확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은 물론 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한 단기는 물론 중장기 대책을 내놓고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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