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
![[DT광장] 가상현실, 그 중심에 `플랫폼`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402102351037001[1].jpg?var=0629 "[DT광장] 가상현실, 그 중심에 `플랫폼` 있다")
이렇듯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VR 서비스들이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으나, 국내를 대표할만한 VR 서비스 사업자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중소 규모의 제작사들이 개별적으로 VR 콘텐츠를 제작 중이며, 모바일 동영상 사업자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부가적으로 서비스의 일환으로 수급해 제공할 뿐이다. VR 체험존 역시, 중소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수용할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수급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본격적인 VR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VR·AR 산업이 2020년 약 135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으며,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소니, HTC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VR·AR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신규 단말이나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던 추세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VR 플랫폼 '데이드림'과 AR 플랫폼 '탱고'를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가상현실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데이드림이 탑재된 스마트폰 기종 확대를 통해 이용자를 확대 중이다. 또한, 애플은 AR 영역에 후발주자로 나서며 시장 내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지난 6월 WWDC 2017 행사에서 개발자를 위한 증강현실 키트(AR Kit)를 공개함과 더불어, 아이폰8/8Plus와 아이폰X에서는 증강현실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했다. 구글과 애플 모두 각각의 OS 기반의 모바일 플랫폼을 VR/AR 영역으로 확대시켜 보다 손쉽게 가상현실을 접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 VR의 선두주자인 오큘러스는 PC와 모바일 모두 지원하는 오큘러스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가장 먼저 구축된 플랫폼으로 초창기 VR 콘텐츠 및 서비스가 가장 많이 모여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또한, 소니와 HTC는 VR 게임에 포커싱된 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이들 사업자들은 기존의 게임 플랫폼에 VR 게임을 추가해 자사 단말과 연동해 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렇게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이용자와 콘텐츠를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국내의 VR 소비자와 콘텐츠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국내 통합 플랫폼은 아직 시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별 사업자들이 산발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앱이 대부분인 현실 속에서 국내의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VR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글로벌 대형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VR 콘텐츠 역시 이들 플랫폼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차세대 미디어로 불리는 가상현실 시장을 글로벌 기업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 국내 가상현실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가상현실 플랫폼은 단기간 내에 만들어질 수 없으며, 생태계 조성과 체계적인 서비스 제공 전략을 기반으로 추진돼야 하는 사업 영역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내 가상현실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가능한 개발도 필요하다.
기존 미디어와 달리 가상현실은 소비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이용경험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차별적인 플랫폼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한국은 통신 인프라 강국으로, 대용량인 가상현실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에 최적화된 시장이다. 일례로 KT는 기존의 네트워크 강점과 미디어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가상현실 플랫폼을 구축해나가기 위해 프로야구 VR 생중계, 부산영화제 내 VR 영화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양질의 VR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통합 플랫폼 개발이 필수적이며, 앞으로 VR 외에도 AR, 홀로그램 등 다양한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의 등장을 고려할 때, 실감형 미디어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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