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업·무역 등 정책방향과
상당한 생각 차이 느꼈다" 밝혀
"시장경제에 바른 인식 가져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사진)이 임기를 4개월 가량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힌 김 회장은 현 정부가 시장경제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김 회장은 24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최근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지금까지 관행과 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을 위해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언제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묻는 질문에 "무역협회장은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관여한다"며 "정부와 관계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이고 관행적인 만큼 날짜는 큰 의미가 없고, 최근이라고 알면 된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어 현 정부와 생각 차이를 확인한 것 역시 사임을 결심한 계기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 전반과 산업과 기업, 무역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본인의 생각에 상당한 차이를 느꼈고, 이 차이는 시간 경과와 더불어 협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무역협회 회장직 선출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2100년 전에 쓰인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을 보면 마지막 장에 시장경제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다 있다"며 "시장경제는 바른 길이고 자연스럽고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협회장은 청와대가 추천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민간단체인 무역협회에 정부가 개입할 권한은 전혀 없다"며 "현실과 절차 상 괴리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경제와 거리가 있고, 언급 자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다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에서 과거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친박계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과 관계를 들어 자신을 친박계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 "친박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고, 박근혜 정부 때에도 경제정책 대안을 얘기했는데 거의 받아주지 않았다"며 "개인적 친분으로 이 자리에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섭섭할지 모르지만, 사실대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날 김 회장이 사임의 뜻을 밝힘에 따라 후임이 정해지기 전까지 당분간 회장단 가운데 선임인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가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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