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국판 로비스트법 도입
외부등록인 청탁·비밀수집 방지
사무실밖에서 만날 땐 서면보고
앞으로는 사전에 등록된 대기업과 로펌(법무법인) 관계자만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을 만날 수 있다.
공정위 퇴직자들이 대기업이나 로펌으로 이직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한국판 로비스트법'이 도입될 전망이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방안 및 윤리준칙'을 도입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관리방안의 핵심은 정식으로 등록된 이에게만 대관 접촉을 허용하는 것으로, 미국의 로비스트 제도와 유사하다.
구체적으로 공정위 출입이 빈번한 일정요건의 외부인은 사전등록을 반드시 해야 한다. 사전등록은 소속과 직위 그리고 주요 업무를 기재하고,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식이다.
우선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 법무법인·합동법률사무소 소속의 변호사와 회계사 중에서 공정위 사건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이가 등록 대상자가 된다. 지난해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에 근거하면 광장과 세종, 화우 등 28개 법인이 해당된다.
또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57개 대기업 1980개 회사의 대관업무 담당자도 대상이며, 공정위 퇴직자 중 위 등록대상에 해당하는 법무법인과 대기업에 재취업해 공정위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 등록 외부인은 공정위 직원을 만날 때 사건 처리 방향 변경과 같은 부정한 청탁을 할 수 없으며, 조사계획 등 비밀을 수집해서도 안된다. 부정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에서 정한 음식물과 주류 접대, 선물·편의 제공도 금지된다. 반면 공정위 직원은 이들과 사무실에서 만날 경우 상세한 면담 내용을 5일 이내 감사담당관실에 보고해야 하며,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만날 경우는 서면 보고해야 한다. 당연히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만남을 갖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준칙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1년간 모든 접촉을 할 수 없다.
신 부위원장은 "대책은 부정행위 음성화와 규제 강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공정위 자율 노력의 일환"이라며 "사건처리 과정에서 외부인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준칙을 예규 방식으로 연내에 확정해 내년 1월 시행한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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