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첨예… 합의 못해
유통측 "완전자급 죽으란말"
제조사도 반대 입장 재확인
"자급률 확대로 가는 분위기"
[디지털타임스 정예린 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좀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3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유통사, 소비자단체 등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가계통신비 정책협회의' 3차 회의는 5시간에 걸쳐 진행했지만 어떠한 합의안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 역시 지난 2차 회의에서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입장 차를 확인한 제조사, 이통사, 유통사, 소비자단체들이 다시 한 번 입장 차를 확인했다. 다만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주로 논의됐다. 완전자급제 대신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모양을 띠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를 위해 제조사, 이통사, 유통망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이 인식을 같이했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이다. 제조사 차원에서 프리미엄폰을 자급 단말기로 출시하고, 이통사 출시 단말과 자금 단말간 가격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외국산 단말기 유통확대를 위해 단말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증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와 함께 이통사 차원에서 자급 단말기에 맞는 유심 요금제 출시와 온라인 가입자 추가 할인 등의 방법도 나왔다.
이처럼 논의의 방향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서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해 합의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유통협회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대리점이 다 죽으라는 소리냐고 강하게 통신사 측에 어필했다"며 "통신사들도 대리점들의 입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한 제조사 관계자는 "지난 2차 회의 때 밝혔던 입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완전자급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통신사 역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국장은 "원래 2주에 한 번씩 회의가 열리지만 회의를 앞당겨 그간 논의된 입장을 정리하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며 "다음 회의 때 더 구체적인 합의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 회의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완전자급제를 법률로 제도화했을 때 필요한 보완 사항도 논의됐다. 현재 제공되는 25%의 선택 약정 등의 이용자 혜택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알뜰폰만 출시하는 유심요금제를 이통사도 출시하자는 것이다. 또 제조사가 특정 이통사에만 특화된 단말기를 출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예린기자 yesl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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