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SK하이닉스 역량개발실장(상무)
![[DT광장]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502102351781001[1].jpg?var=5040 "[DT광장]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시급하다")
대한민국 반도체 기술력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엔지니어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이었다. 필자 역시 퇴근 시간 후에도 삼삼오오 모여 각종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고 토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집념이 새로운 기술 습득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지금의 호황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현재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해야 한다. 이는 개발 도중 부딪히게 되는 기술적 난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가 관건인데, 과거에는 축적된 경험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과거만큼 경험에 기댈 수 없게 됐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개발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세부 분야별 전문인력의 선제 육성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인력만으로는 반도체 업계가 필요로 하는 몇천 명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더불어 이공계 졸업생의 대부분이 반도체에 최적화된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입사 후 1~2년의 실무교육이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혁신 시대에 적합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현장이 긴밀하게 연계된 인재양성 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공학 인재의 체계적 양성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Co-op(현장실습, Co-operative education)' 프로그램은 우리가 본받을 만한 제도라 할 수 있다. 2학년부터 시작되는 'Co-op'은 학업과 기업 실습을 한 학기씩 병행하며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2학년 첫 학기 동안 교내 구직시스템을 통해 대학과 연계된 6700여개 기업 중 실습을 원하는 곳을 선택해 원서를 쓰면, 다음 학기에 현장실습 기회를 얻게 된다. 이렇게 4학년까지 매년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기업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졸업 즈음에는 1~2년 정도의 경력이 쌓일 뿐 아니라 일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풍부해진다. 1957년 워털루 대학의 공대생 75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Co-op' 프로그램은 현재 캐나다 전역으로 확산돼 49개 대학교와 39개 대학에서 총 7만3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한국에서도 불고 있다. 공학한림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이 바로 그 예다. 공학한림원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단기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내년 1월 처음으로 실행 예정이다.
기존 인턴십이 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기업에서 대상자를 선발했다면, 단기 현장실습 프로그램은 논문, 특허 작성 및 벤처 참여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역량을 반영해 학교가 참가자를 선발한다. 기업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피드백해주고, 학교는 그 내용을 교육 커리큘럼에 반영하는 등 산학 간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외국처럼 학기단위로 기간도 늘리고 더 많은 학생과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업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 발전시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맞는 멋진 Co-op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전쟁터와 같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기존 인력을 별도로 모아 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발전과 도약에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이 필수 불가결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으로 석, 박사 과정 수학파견이나 주말을 이용한 대학원 과정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더 필요한 것은 먼저 언급된 것들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육성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그 방법을 찾기 위해 학교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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