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이 회장 차명계좌 2008년 1월 귀속분부터 과세
민주당, "국세청이 부과 제척기간과 과세기간 혼동" 지적
국세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봐주기 과세'를 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15일 성명을 내고 "국세청이 깡통계좌에 깡통과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세청은 지난 12일부터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차등과세를 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대상 기간을 2008년 1월 귀속분부터 계좌 해지일까지 하기로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뒤 사실상 정부 차원의 첫 조치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세청의 징수계획이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TF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대부분 2008년에 인출됐다"며 "국세청의 결정대로 2008년 1월 귀속분부터만 과세한다면 사실상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만 과세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TF는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기만하고, 삼성만 보호하는 국세청의 꼼수"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국세청과 민주당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국세기본법 시행령에서 다른 조항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 3 제2항은 국세 제척기간의 첫날을 정하는 조항이다. 국세청은 해당 원천징수세액 또는 납세조합징수세액의 법정 납부기한 다음날부터 국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1호를 적용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는 낮은 세율의 적용 등에 따른 세액을 의무불이행 등의 사유로 징수할 경우 해당 공제세액 등을 징수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국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제3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F는 "차명계좌에 대한 차등과세는 계좌개설일부터 해지일까지 할 수 있다. 부정행위에 따른 부과 제척기간이 10년일 뿐이지 과세기간이 아니다"라면서 "국세청은 부과 제척기간과 과세기간을 혼동했다"고 지적했다.
또 TF는 "조준웅 특검이 삼성특검의 결과를 발표한 것은 2008년 4월 17일이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8년 4월 17일이면 부과 제척기간이 만료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국세청과 금융당국에 더 이상 미적거리지 말고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차등과세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TF는 국세청이 과세 기간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감사원 감사청구 등을 추진할 생각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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