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수수료 26억에도 세금 안내
자료확보…과세·탈세여부 검증
마진거래 코인원도 경찰수사중
법인계좌 아래 개인계좌 두는
'편법 벌집계좌' 운영도 드러나
제3자 해킹땐 금융사고 가능성
특히 금융당국이 특별 조사를 통해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이른바 '벌집계좌' 를 편법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고, 국세청과 경찰도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을 상대로 세무조사 및 불법거래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벌집계좌를 편법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계좌는 본인 확인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자금세탁 소지가 크고, 해킹 등 제3자의 전산 공격시에 거래자금이 뒤엉키는 금융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법인계좌에 1번부터 100만 번 까지 일련번호를 줘 특정인 명의의 계좌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은 뒤 계좌 아래에 거래자의 계좌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편법을 일삼아 온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 벌집계좌 장부는 거래자 수가 많아질 경우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를 낼 가능성이 크고 해킹 등 사고에도 취약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 계좌가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해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들도 겉으로는 가상계좌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거래소들이 편법으로 가상계좌를 운영해온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일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끝내고 다음 주 쯤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 합동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집중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자금세탁이나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 불법행위 적발 시 거래소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과세 및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국세청과 경찰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세청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10일 빗썸 본사를 방문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과세 및 탈세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빗썸의 하루 평균 수수료 수익은 26억원에 이르지만, 가상화폐로 얻은 차익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가상화폐 마진거래를 도박으로 보고, 이를 운영했던 거래소 코인원을 수사 중이다. 코인원은 지난달 중순까지 가상화폐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 서비스는 회원들이 최장 1주일 뒤의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 또는 공매도를 선택해 결과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행 형법상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는 도박으로 간주된다. 경찰은 코인원의 마진거래 서비스가 일정 기간 이후의 시세를 예측하는 행위로, 우연한 승패에 따라 재물의 득실이 결정된다고 보고 이를 도박이라 판단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위법성이 판단될 경우, 코인원을 불법도박장 개설죄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김민수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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