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분권의 핵심은 대통령-총리 권한 나누기다

[시론] 분권의 핵심은 대통령-총리 권한 나누기다

[ ] | 2018-01-11 18:00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시론] 분권의 핵심은 대통령-총리 권한 나누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제10차 개헌이 가시화되고 있다. 역대 최장수 헌법인 현행헌법에 대해 개헌논의가 시작된 것은 오래 전부터지만, 2017년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 활동하면서 2018년에 제10차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에서 개헌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 주도로 개헌할 의도를 내비쳤다.

그만큼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폭넓게 형성돼 있지만, 개헌의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의 혼란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구조를 제외한 개헌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개헌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개헌이란 국가의 시스템을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며, 국가의 효율성을 최적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인 영국이 쇠락했던 반면에 패전국인 독일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에 맞는 국가시스템을 정비했기 때문이었다. 독일이 영국에 비해 자본력이나 기술력, 정보력, 외교력 등에서 하나도 나은 것이 없었지만 가진 것들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국가시스템을 통해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반면에 18~19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누리던 영국은 낡은 국가시스템을 고집하다가 쇠락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도 60~70년대의 개발독재를 통해 성장하던 시기의 국가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모든 것을 국가 주도로, 청와대 중심으로 결정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게 됐다. 우리가 어떤 국가시스템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영국처럼 쇠락할 것인지, 독일처럼 부흥할 것인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10차 개헌의 핵심은 21세기 대한민국에 맞는 국가시스템의 최적화이며, 이는 곧 분권형 헌법으로의 개헌을 의미하는 것이다.



21세기적 분권은 전통적인 삼권분립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즉, 국회는 양원제로, 정부는 대통령과 총리의 분권으로, 사법부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분권으로, 시대정신에 맞는 합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직접 체험한 우리 국민들에게 '대통령과 총리의 분권'은 -1987년 제9차 개헌에서의 '대통령 직선'에 못지않게- 중요한 화두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단지 대통령 개인의 성품이나 성향의 문제로 이해될 수 없다. 사람과 제도 모두가 문제되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여섯 명의 대통령이 모두 임기말 문제를 겪었던 것을 단지 사람의 문제로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기에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며, 특히 대통령 또는 그 측근의 권력 오남용에 대한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는 최순실 사태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

우리는 대통령제를 승자독식이라 말한다. 실제 정책에 관한 결정권과 집행권을 정부 내지 그 수장인 대통령이 독점하고, 국회 내지 야당은 이에 대한 통제권만 갖는다. 여대야소의 경우 제왕적 대통령을 막을 방법이 없고, 여소야대의 경우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대통령 발목잡기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 결과 정부와 국회는 합리적인 타협에 성공한 적이 없다. 협상이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야 하는데,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는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분권은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동안 정부와 국회의 갈등보다 더 심각할까? 설령 약간의 갈등이 있더라도 과거와 같은 극단적 대립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권한이 주어지고, 경쟁구도가 형성될 때 대통령과 총리가 더욱 국민을 위해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고, 보다 성실하게 집행할 것이며, 때로는 타협과 조정도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기본권보장과 지방분권의 강화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총리의 분권이 최우선적 과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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