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자 - 거래소 동일은행만 허용
6개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본격화
거액 금융거래 FIU에 보고해야
"신규 계좌개설 은행 자율 판단"
당국, 높은 수준 의무이행 주문
연합뉴스
'가상화폐' 현장점검·정부대책
은행에서 실명이 확인된 사람들에게만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거래 실명제가 이달 30일 시행되면서 기존 가상계좌를 활용한 거래는 중지된다. 가상화폐 신규 투자는 일단 허용했지만, 금융당국은 자본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법 자금의 시장유입 등을 철저히 차단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화폐 취급업소 현장 조사 결과 및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우선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은 30일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개시한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본인 확인된 거래자의 계좌와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간 입출금만 허용하는 서비스다. 거래소와 거래자의 계좌가 서로 다른 은행에 있다면 거래자는 거래소와 같은 은행의 계좌를 신규개설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의 거래 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입출금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상통화 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용자는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출금은 할 수 있지만 추가 입금은 차단된다. 특히 기존 가상화폐 거래에 활용되던 가상계좌 서비스는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다. 외국인과 민법상 미성년자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FIU와 금감원은 이달 8일부터 16일까지 6개 시중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한 결과 다수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은행에 개설된 일반 법인계좌(일명 벌집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모집하고 이 자금 중 일부 금액을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사실을 적발했다. 여러 은행의 계좌를 거쳐 가상통화 거래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이용자의 자금이 다른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여러 계좌로 이체되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이른바 벌집계좌가 사기나, 횡령, 유사수신,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나 불공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또 가상통화 취급업소 계좌에 자행-타행 금융거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금융회사가 이용자의 고위험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자금세탁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해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은행들은 우선 취급업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여부 등도 확인하는 등 강화된 고객확인(EDD)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또 은행은 거래소가 계좌를 사적으로 활용하는지 감시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 사실상 해당 거래소의 계좌를 폐쇄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은 거래소가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면 FIU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법인 또는 단체가 거래소와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금융회사의 거래상대방(취급업소의 이용자)이 거래소와 거액(1일 1000만원, 7일 2000만원)의 금융거래를 하거나 △취급업소가 취급업소의 임직원으로 추정되는 자와 지속적으로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의심거래로 보고 FIU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신규 계좌 개설이 금융 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신규 계좌 개설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은행의 가상화폐 신규 계좌 개설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날 금융당국의 발표에서 신규 계좌 개설을 어떻게 하라는 지침은 없었다"면서 "당분간 기존 고객들의 실명전환이 우선 이뤄질 것이고 신규 계좌 개설을 하려면 의무사항들을 복잡하게 설정해놔서 은행들 입장에선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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